지난달 다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완성차업체가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데다 정치적인 외풍으로 자금 흐름까지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말에만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390억원”이라며 “은행에 기업의 가치를 보고 차임금 상환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적폐청산 이슈에 은행들이 연락을 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스의 중국 법인 지분 정리는 본사의 경영난이 심화한 탓이다. 2017 회계연도 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다스는 지난해 1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회사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13% 감소한 7,29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익도 2016년 34억원 흑자에서 12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체력이 바닥난 본사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 이후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중국 법인은 부담이다. 현대다이모스를 통해 시트 프레임을 독점으로 공급해왔는데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 물량이 급감하면서 유탄을 맞은 것이다. 중국 진출 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베이징BAI다스만 보더라도 2016년 2,816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이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1호 진출 법인인 대세(북경)기차부건유한공사도 적자 전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가 고속 성장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파트너인 베이징기차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사에 마진을 후하게 쳐주는 데 토를 달지 않았다”며 “사드 보복 이후 성장세가 멈추자 이전에 비해 단가를 20%가량 낮추려 하는데다 물량까지 줄어드니 부품사가 벼랑 끝으로 몰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유일한 버팀목인 현대차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 더 큰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촉매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현대차가 중국 시장 진출 초반에 택시 판매를 늘리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지 못했다”며 “중국 현지 업체가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도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독일과 일본의 고급차 브랜드와 저가의 중국 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만큼 반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스가 중국 법인 정리를 서두르는 이유다.
다스 중국 법인의 지분 매각에 베이징현대는 장기적으로 중국 내 부품 서플라이체인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측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다스 중국 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여타 부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기차는 지난해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한국 업체인 베이징현대의 납품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스 중국 법인 인수를 시작으로 베이징기차가 자사 주도의 차부품 공급망을 갖추면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부품 업체 교체나 단가 인하 압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납품 단가가 높았던 만큼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그룹 협력사를 통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며 “베이징현대가 협상력을 키울수록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부품사들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