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카카오의 카풀사업 진출에 반대하는 18일 ‘24시간’ 운행중단에 나서며 수도권 지역의 출·퇴근길이 혼잡할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는 기사들의 주·야간 교대 근무가 시작되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오는 19일 오전 4시까지 24시간 동안 전국에서 택시운행을 멈추며, 운행중단에는 개인택시 기사는 물론 법인택시 종사자들도 동참한다. 업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수 택시 종사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운행중단에 나서는 택시 규모는 오전 출근 시간이 지난 뒤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는 운행을 중단하고 서울 도심에서 카카오의 카풀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 집회에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참가해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행위 알선을 근절해 택시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법인택시 소속 기사 1만∼2만명, 개인택시 기사가 2만∼3만명 가량이 운행을 멈추고 상경해, 최소 3만∼최대 5만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전국에서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집회를 열 광화문 북측광장은 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 참가인원이 이를 초과하면 인근 차선이 추가 통제될 가능성도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를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집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 집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울과 인천, 경기 법인택시업체 대표이사와 노조위원장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택시 500여대를 몰고 광화문 삼거리부터 서울시청 사이를 유턴하며 저속 주행하는 시위를 벌인다.
하지만 불편을 감내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평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버스와 지하철로 몰리면, 제때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이들이 늘면서 주요 도로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생겨나는 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 지역의 택시 중 54%의 운행이 중단되며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최모(28·여)씨는 “택시업계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다고 말하지만, 시민을 볼모로 삼아 운행을 갑자기 중단하면 누가 지지해주겠느냐”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현재까지 큰 교통대란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지역은 120여명이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노선을 전환했고, 충북지역도 원래 운행중단을 하려고 했지만, 전날 정상운행하는 것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충북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당초 24시간 운행중단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해서 일단 전면 운행중단은 철회했다”고 밝혔다. 대신 충북지역은 이날 쉬는 개인택시 운전기사 80명, 법인택시 기사 40명은 상경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다. 대구·경북지역도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구에서 이날 개인택시 종사자 280명과 법인택시 대표 및 운전사 320명, 경북지역에서 개인택시 종사자 120명을 포함해 200명이 참석하며, 대부분 부제로 일하지 않는 기사와 업체 관계자 등으로 대구에서 1만6,000여대, 경북에서 1만여대 택시가 운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집회 참석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집회 참여를 자율에 맡긴 다른 지역의 경우, 강원 250명 ,울산 160명, 제주 25명 등으로 지방은 운행 중단에 나서는 기사들이 적고, 참가자 대부분이 조합 간부나 당일 운행을 쉬는 기사들이어서 큰 교통 혼잡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지역의 한 택시 운전사는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달리 지역에서는 개인·법인택시 자율로 운행중단을 결정하기로 해 운행중단 참여는 많지 않고 이에 따른 혼란도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전자용 카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 카풀 크루’를 출시하고 카풀 운전자 모집공고를 내자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택시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카카오가 ‘카카오택시’로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리운전 업계까지 진출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카풀서비스에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가며 택시업계를 죽이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운행중단과 관련해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 수송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서울시는 택시의 운행중단 비율이 높을 경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운행 대수를 증편한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