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법원 확정판결로 얻은 채권의 소멸시효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의 복잡한 이행소송 대신 비교적 단순한 확인소송만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원모씨가 빌려간 1억6,000만원을 갚으라며 남모씨를 상대로 낸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대여금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채권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기존에 허용하던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7대6 의견으로 허용 판결을 내렸다.
기존에는 채권자가 돌려받지 못한 빚에 대한 소멸시효 10년을 막으려면 채권 존재 여부부터 범위까지 다시 심리하는 이행소송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사법자원이 너무 낭비된다는 지적이 일자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는지만 확인하는 새로운 형태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것이다.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7명의 대법관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면 불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아도 돼 이행소송의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선수 대법관 등 5명은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현재의 실무에 문제가 많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확인 대상으로 삼는 ‘청구권 확인소송’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원씨는 지난 1997년 1억6,000만원을 빌려간 남씨를 상대로 지연손해금 청구 소송을 내 2004년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남씨는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았고 2013년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다. 원씨는 판결금 채권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승소 10년 만인 2014년 소송을 냈고 남씨는 “파산절차에서 면책이 확정됐으므로 판결금 채권에 대해서도 면책됐다”며 항변했다.
1·2심은 “판결금 빚은 면책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이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허용 여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만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