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에 맞서 압도적 기술력으로 고객 가치 창출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256GB 3DS RDIMM’과 ‘6세대 3D낸드’ 기술을 처음 선보였다. 비메모리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적용한 7나노미터(㎚)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주력인 메모리에서 선도적 위치를 재확인시켜줬다는 평가와 함께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SMC는 EUV가 아닌 기존 방식으로 7나노 개발을 완료해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초미세공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EUV 공정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주법인(DSA) 사옥에서 ‘삼성 테크 데이 2018’을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와 미디어, 애널리스트, 파워블로거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최주선 삼성전자 미주 지역총괄 부사장과 장성진 메모리 D램 개발실 부사장, 경계현 FLASH 개발실 부사장, 정재헌 솔루션 개발실 부사장, 글로벌 IT 업계 주요 인사 및 개발자들도 자리했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서버용 D램 솔루션 ‘256GB 3DS RDIMM’이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 제품은 차세대 초고성능·초고용량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최적화됐다. 중앙처리장치의 정보를 처리하는 주기억장치에 초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해 처리 속도를 향상시킨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업계 최대 용량의 10나노급 16Gb DDR4 D램을 탑재했다. 기존 ‘128GB RDIMM’ 대비 용량은 2배 커졌고 소비 전력 효율은 30%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기업용 7.68TB 4비트 서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공개했다.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소비자용 4TB 4비트 PC SSD 모델에 이어 기업용 SSD 시장에서도 4비트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 3비트에서 4비트로 바꾸면 동일 칩 크기에서 저장 용량을 약 33% 늘릴 수 있다.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5세대 3D낸드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6세대 3D낸드 기술도 선보였다. 내년 6세대 V낸드 양산이 목표다. 현재 5세대 3D낸드 양산은 삼성전자와 도시바·SK하이닉스 정도가 진행 중이다. 중국 업체들은 연말 2세대 3D낸드 양산에 돌입한다. 경계현 부사장은 “업계 최초 5세대 3D낸드 개발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 양산 예정인 6세대 3D낸드 역시 적층 기술의 극한 연장과 신개념 설계를 통해 역대 최고 성능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7나노 EUV 공정 상용화에 성공한 점도 주목된다. 현재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업계 2위였던 글로벌 파운드리는 7나노 이하 공정 개발을 포기했다. 파운드리 미세 공정 경쟁이 TSMC와 삼성전자로 압축된 상황이다. 밥 스티어 DS부문 미주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7나노 공정의 본격 상용화로 향후 3나노까지 이어지는 공정 미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EUV 적용 공정 상용화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7나노 저전력(LPP) 모바일과 HPC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전장·5G·인공지능(AI) 등 폭넓은 응용처에도 최선의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중국·한국·일본에 이어 이달 18일 독일 뮌헨에서 유럽 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7나노 공정을 포함한 첨단 공정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