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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리뷰] “역시 명품 MC”…박경림, 토크 대신 리슨으로 전한 위로

/사진=위드림컴퍼니/사진=위드림컴퍼니



방송인 박경림이 ‘토커’가 아닌 ‘리스너’로 관객들을 만났다. 홀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수많은 관객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낸 박경림은 그가 왜 명품 MC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19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박경림의 리슨 콘서트’가 열렸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박경림을 찾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박경림은 1999년 국내 최초로 ‘토크 콘서트’를 연 장본인이다. 무대와 마이크가 좋았던 그는 노래도, 춤도 아닌 ‘말’로 공연장을 채우며 관객들과 소통했고 이후 2014년부터 3년 연속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며 매진 열풍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토크’가 아닌 ‘리슨 콘서트’로 돌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말 할 것인가’에만 집중했던 그가 ‘듣기’를 통해 관객들의 삶을 위로하고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이번 콘서트가 갖고 있는 의미다.

이날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위에 등장한 박경림은 “황금 같은 시간에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하다. 2년 만에 뵙는다. 여러분의 함성, 숨소리까지 그리웠다”며 입을 열었다.

박경림은 최근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험을 통해 말하기보다 듣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내 뇌에는 귀를 막고 있는 또 다른 경림이가 있었다”며 “자리가 없어서 그렇지 누구나 터만 있으면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그 터가 돼 주고 싶다”며 리슨 콘서트를 열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날 콘서트에는 박경림의 아바타 ‘리미’도 함께했다. 이는 공연계 최초로 시도한 3D 기술로 모션 인식을 통해 박경림의 모습을 학습한 캐릭터다. 박경림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착각의 늪’ 안무를 추는 리미의 모습이 리슨 콘서트가 왜 ‘신개념 콘서트’인지를 이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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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은 자신과 사소하게라도 인연을 맺은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박경림과 이름이 같은 여성, 한 연예인을 좋아하다 박경림을 알게 된 고등학생, 출산 직전 우연히 만난 박경림에게 덕담을 들은 여성까지 박경림과의 다양한 인연을 가진 관객들이 등장했다.


이어 박경림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관객들의 20년을 들어보는 시간이 진행됐다. 박경림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관객들이 손을 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이에 관객들은 하나둘씩 공연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박경림은 관객들의 용기에 공감과 응원으로 보답했다.



앞서 SNS 등을 통해 사연을 보내준 관객과는 무대 위에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초대된 관객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라온 39세 여성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무대 위에 올라온 여성 관객은 할머니와 함께한 20년을 공개하며 공연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리슨 콘서트’의 두 번째 ‘신개념’이 등장했다. 관객의 사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한 장의 포스터로 만들어주는 ‘원더풀 라이프’ 코너였다. 여성 관객이 할머니와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제주도에서 고사리를 꺾던 때를 얘기하자 무대 위에는 작은 세트장이 등장했고 스태프들은 고사리, 돌하르방, 구름 등의 소품으로 세트를 꾸몄다. 손녀와 할머니는 ‘리슨 콘서트’가 준비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무대 위에서 사진을 남겼다.

/사진=위드림컴퍼니/사진=위드림컴퍼니


마지막에는 게스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첫날 게스트는 박경림의 25년 지기 절친 박수홍이었다. 박수홍은 등장과 동시에 가벼운 농담으로 잔잔했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수홍은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 중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여자 형제가 없는데 박경림이라는 여동생을 만났다”며 박경림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20여 년 동안 방송 활동을 하며 배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고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박경림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끝으로 박경림은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오늘 저는 이 공연을 함께하면서 단단히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여러분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헛헛하고 외로워질 때 내가 여러분의 얘기를 들어주겠다. 앞으로 여러분과 더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내년부터는 좀 더 작은 극장에서 한 분 한 분을 만나뵙겠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한편 ‘박경림의 리슨 콘서트’는 19일부터 오는 21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김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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