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취약한 것은 건설업과 반도체 같은 일부 주요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상위 절반의 46% 수준에 불과하고 가계부채를 포함한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18일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다. 성장은 다시 꺾였고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반도체를 뺀 주력산업은 가라앉고 있고 신산업은 실종됐다. 특히 성장률은 20년째 하락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1% 성장의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짙다. 저성장이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1990년대 7~8%에 달했던 성장률은 2000년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1%포인트 안팎씩 낮아지고 있다. 시기별로 △김영삼 정부 7.82% △김대중 정부 5.32% △노무현 정부 4.48%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97% 등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5.5%로 시작해 하락 폭이 컸고 박근혜 정부는 감소 폭이 덜 하지만 하락 추세는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1% 성장률을 문재인 정부 성적으로 본다면 올해(2.7% 예상)는 0.4%포인트나 떨어진다. 내년 2.4%를 전망하는 기관도 있다.
추세를 바꿀 대안은 없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전망이 밝지 않다. 반도체의 바통을 이어받을 업종도 당장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손을 못 댄 노동·산업구조 개혁은 이젠 기대하기도 힘들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중국 경제 둔화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와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넛크래커 현상의 심화 등이 겹쳤다”며 “이런 식이면 향후 1%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1%대 경제는 고용부터 투자, 소비, 수출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판을 갈아엎는 수준의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