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저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끝난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 마지막 7차전에서 5대1로 역전승했다. 1차전을 지고 3차전까지 1승2패로 끌려가던 시리즈를 끝내 4승3패로 가져왔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라 3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결승 무대에 선착해있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 24일 오전9시9분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1차전을 시작한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빅 마켓 인기 구단인 서부 대표 다저스와 동부 대표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102년 만이다. 102년 전인 1916년에는 보스턴이 다저스 전신 브루클린을 4승1패로 돌려세웠다.
밀워키 간판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1회 말 선제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다저스는 2회 초 공격에서 곧바로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가 기습번트로 살아 나갔고 코디 벨린저가 역전 투런포를 쐈다. 수비에서는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가 한몫 단단히 해냈다. 5회 2사 2루에서 옐리치의 장타성 타구를 ‘슈퍼 캐치’로 걷어낸 것. 1점 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다저스는 6회에 ‘KO 펀치’를 날렸다. 무사 1·2루가 연속 범타로 2사 2·3루가 되면서 불씨가 꺼질 듯하던 순간에 야시엘 푸이그가 5대1로 달아나는 쐐기 스리런을 터뜨렸다. 푸이그는 그대로 경기가 끝난 것처럼 포효했고 선발 워커 뷸러(4⅔이닝 1실점)를 구원한 다저스 불펜은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1이닝 무실점)까지 내면서 4점 차를 지켰다.
빅리그 6년차인 류현진은 최고 흥행카드가 맞닥뜨리는 무대에서 생애 첫 월드시리즈를 맞이하게 됐다. 팔꿈치와 어깨 수술 뒤 복귀한 지난해는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디비전(8강)과 챔피언십(4강)에서 다저스 선발 한 축을 담당한 류현진은 월드시리즈 선발 로테이션도 지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선발투수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적은 일찍이 없었다. 김병현이 2001년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았지만 그는 구원투수였다. 필라델피아 시절이던 2009년 월드시리즈에 등판한 박찬호도 중간 계투였다.
홈에서 강한 류현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3~5차전 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3~5차전은 27∼29일에 진행된다. 커쇼-류현진-뷸러-리치 힐 순의 챔피언십 로테이션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원정 2차전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펜웨이파크 등판 경험이 전혀 없어 2차전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료들과 함께 월드시리즈 진출 축하 파티를 즐긴 류현진은 “어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오늘 뷸러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며 “잘 준비해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선발투수의 몫을 다하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챔피언십 6차전에서 제구가 흔들린 끝에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2차전 기록은 4⅓이닝 2실점. 디비전 1차전에서 보여준 7이닝 8탈삼진 무실점의 ‘괴물투’를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보스턴은 이번 정규시즌 최다승(108승) 팀이다. 1·2차전과 6·7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이점에다 휴식일도 충분하다. 챔피언십을 4승1패로 여유롭게 통과하면서 다저스보다 이틀을 더 쉬고 월드시리즈에 나선다. 류현진은 보스턴전 등판 경험이 딱 한 번이다. 2013년 8월 홈에서 5이닝 4실점 해 패전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