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입법 예고를 마친 건축법시행령 개정안이 국무조정실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황이다. 필로티 건축물의 공사감리에 협력할 수 있는 자격을 건축 관련(구조·시공·품질관리·계획설계) 고급기술자 중 구조 고급기술자에게만 주는 쪽으로 개정안 수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부족한 구조기술사 인력을 보완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전문분야가 구조인 고급기술자는 1,276명, 구조기술사를 포함한 특급기술자는 2,055명이다.
하지만 구조기술사 측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필로티 건물 감리의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급기술자가 구조·시공·설비·품질관리 등의 전문분야와 관련해 경력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 구조기술사는 “교육 이수만 하면 되는 고급기술자가 과연 구조 감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도 “국토부가 법 통과를 위해 건축사와의 업무 영역 조정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며 “제대로 할 것 아니면 제반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은 상위법 위배라며 법률 자문 결과를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고급기술자는 감리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질 수 없는 구조”라면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안전을 빌미로 전시 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2일 감리중간보고서에 필로티 건물의 주요 공정을 추가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추가 입법 예고 안에 대해 “현실 작동 가능성은 보지 않고 밀어붙이느라 관련 법이 땜질,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법리적 오류는 시행 전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해소될 것”이라며 “안전 문제가 시급한 만큼 법 개정을 원포인트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과 교수는 “구조분야 고급기술자가 형식적으로 묘안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이력 관리라는 실질적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