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 같은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TF에는 금융위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등이 함께 참여해 전방위적인 규제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TF를 이끄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핀테크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금융혁신을 통한 우리 경제의 성장 촉발이 본격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핀테크 규제의 속도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F는 먼저 금융 분야에 대한 빅데이터 활성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빅데이터는 미래산업의 ‘원유(原油)’에 비유될 정도로 잠재력이 크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규제에 막혀 활용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영업목적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금융지주의 데이터 공유는 고객의 신용평가 결과를 서로 나눠볼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2014년 카드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위험관리와 내부 통제 등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 등이 그룹 통합 소매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춰 위험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업목적의 데이터 공유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고객이 A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면 계열사인 B 저축은행으로 고객의 정보를 넘기는 식이다.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계열사 캐피털업체가 영업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2015년 이 같은 정보공유 허용 방안을 추진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없던 일’로 미뤄뒀으나 이번에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P2P 대출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길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무분별한 P2P 대출의 확장을 막기 위해 중금리 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금융회사의 투자 참여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에 직접 출자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반면 보험회사가 ‘핀테크 보험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규제 개선은 반가운 일이지만 개인정보 사용 확대에 반대하는 여권 내부의 반대를 뛰어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