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여파로 올 상반기 5,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재개발원 제2캠퍼스 건설을 위해 사뒀던 1만5,000㎡ 규모의 부지를 팔기로 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21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회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위치한 1만5,237.2㎡(4,609평) 부지 매각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지난 2015년 10월 인재개발원 미래경영아카데미 건립을 위해 경기도시공사로부터 상현동 부지를 평당 505만7,000원, 총 233억1,291만원에 매입했다. 이사회는 의사록에서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을 의결하며 “비유동자산관리 규정에 따라 (부지를)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평당 531만3,000원이다. 실제 거래가격이 공시지가와 2~3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건축허가기관인 용인시로부터 건축물 신축 불가능 통보를 받아 매입 당시 목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사회 의사록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재무구조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수원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조9,656억원, 당기순손실 5,48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6,696억원 흑자에서 불과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수원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현금 흐름이 과거만큼 원활하지 못하다는 해석도 있다. 한수원은 이달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미 올해 3월과 5월·6월에 걸쳐 9,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합하면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최소 1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000억원에 비해 25% 증가한 규모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전과 이후로 비교하면 회사채 발행 증가폭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2016년부터 2017년 4월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수원 측은 “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등이 진행되고 있어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대규모 적자 탓에 회사채 발행량이 늘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가 9월 발표한 ‘2018∼2022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순손실이 1조2,058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오는 2022년 적자 규모는 1,708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채비율은 현재 132%에서 2022년 153%로 2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박형윤·정순구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