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바람이 비용 증가와 경쟁 심화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내 대형항공사들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과거 해외여행객들이 싸고 가까운 곳을 주로 찾던 모습과 달리 멀고 비싸도 자신이 만족스러운 곳을 찾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해왔던 국내항공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 대형항공사들의 실적에 대해 오랜만에 긍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에 대해 키움증권은 3·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3,565억원)보다 다소 높은 3,881억원으로 제시했으며 대신증권도 3,6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대해서도 컨센서스(1,155억원)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항공업계가 국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경기 침체의 삼중고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대형항공사들에 대한 3·4분기 전망을 희망적으로 본 것은 항공사 수익에 큰 역할을 하는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강해진데다 유럽 등 중장거리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성비’ 여행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와 만족도가 우선인 ‘가치 소비’로 여행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은 중장거리 노선 위주로 국제선 여객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며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장거리 노선이 성장하는데다 중국 노선도 회복을 보이는 점은 대형항공사들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 여행가격 비교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3년간 한국인이 검색한 항공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즈니스 항공권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항공권 검색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전보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대형항공사들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여객량은 전달보다 18.4% 증가했다. 미주 지역(-4.1%)은 줄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진행된 노선 조정 등 효율화 작업의 영향이지 주력 노선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델타항공과의 제휴 등으로 휴스턴 노선이 중단되고 3·4분기에는 샌프란시스코 노선도 운항 편수가 줄었지만 오히려 승객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바르셀로나 노선 운항편을 지난해 1편에서 35편으로 확대하면서 큰 폭의 여행객 증가 효과를 경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행객들의 가치 소비의 긍정적인 효과가 국내 대형항공사보다 오히려 외국 항공사들에 더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항사들의 국제선 점유율은 이제 40%에 육박하고 있다”며 “한국 승무원을 채용하고 다양한 프로모션 등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어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의 틈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