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여행이 덜 외로운 것처럼, 악기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속에 훨씬 풍성해지는 게 실내악의 매력이죠.”
내달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곡을 선보이는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가 없는 실내악은 작곡가의 내밀한 속마음을 잘 들여다볼 수 있고 관객 또한 연주자들의 합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문웅휘로 구성된 실내악단으로 지난 2007년 결성됐다. 이들은 2012년 세계적 권위의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후 2014년에는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한국 현악 4중주단으로는 최초로 우승하며 해외 무대에 실력을 똑똑히 각인시켰다. 독주회나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한 주목도가 유달리 높은 한국에서 실내악은 수익을 내기 힘든 클래식 장르 가운데 하나지만 노부스 콰르텟은 악단을 결성하고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공연계에서는 “국내 실내악단의 역사는 노부스 콰르텟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내악이 남다른 열정을 요구하는 장르인 건 분명해요. 실내악단으로 뭉쳤다가도 금세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멤버들의 순수한 열정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노부스 콰르텟’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관객들과 만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김재영)
노부스 콰르텟은 내달 공연에서 ‘20세기의 베토벤’이라고 불리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가운데 2·3·8번을 연주한다. 김영욱은 “사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를 위한 곡은 15개나 된다”며 “우리는 어느 작곡가든 전곡 연주에 큰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곡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때 하는 게 중요하지 전곡 연주 자체에 의의를 두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프닝에 더없이 적절한 ‘대곡’인 2번을 첫 곡으로 선정하고 전체 공연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8번을 가운데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바흐 페스티벌 등 내로라하는 해외 무대에 올랐던 노부스 콰르텟이지만 오랜만에 갖는 국내 공연을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한국이 고국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국 관객 특유의 에너지는 연주자들에게 기분 좋은 긴장을 안겨주기도 하고요. 어떤 무대에서든 최상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예술가의 당연한 의무지만 모국의 청중들로부터는 특히나 ‘잘했다, 수고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에요.”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휩쓸며 국내 실내악 역사에 또렷한 이정표를 세운 노부스 콰르텟은 서양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클래식 한류’를 이끌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후배들이 너무나 잘하고 있지만 굳이 조언을 하자면 우리 세대처럼 ‘콩쿠르’에만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하지는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릴 수는 있겠지만 연주자의 진짜 삶은 콩쿠르가 끝나고 시작됩니다. 세계 음악 시장 역시 경연 대회에 나온 젊은 연주자에게 바라는 것과는 다른 음악을 ‘콩쿠르 이후의 예술가’에게 요구하기도 하고요. 연주자로서의 분명한 지향, 작곡가와 청중을 잇는 매개자로서의 책임감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연주자들이 결국엔 오래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