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인교 칼럼] 한미 FTA 개정협상과 이행이슈

美 개정협상서 픽업트럭 지켜내고

의약품 가격결정 투명성 요구해와

혁신신약 우대제도 연내 손질해야

건보재정·통상마찰 최소화 고려를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 기명칼럼용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서명에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이 타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통상정책이 결실을 거두고 있음을 중간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무역협정을 ‘무시무시한(horrible)’ 협정으로 비판하고 협정 폐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간 전임 행정부는 나프타의 문제점을 알고도 개정하려는 시도를 안 했으나 자신은 미국에 불리한 내용을 개정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로 변경된 내용은 많지만 USMCA 협상의 핵심사항은 자동차와 농업이고 한미 FTA에서는 자동차와 의약품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 제조업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분야 개정에 매달렸고 USMCA 이행으로 무역수지적자를 개선하면서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저임금 매력으로 멕시코로 이전하는 자동차 메이커에게 미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도록 역내부가가치 비율을 75%로 높이고 미국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생산한 부품을 40%로 늘리도록 했다. 자동차와 부품은 북미 3국 간 가치사슬이 가장 조밀하게 형성된 산업이고 기존 나프타에서는 62.5%의 역내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다른 FTA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비율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초기에 미국도 역내부가가치 비율 상향 조정을 시사했으나 북미와는 사정이 다르기에 접었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자국의 픽업트럭 시장보호에 집중했다. 미국의 ‘빅3’ 자동차 메이커가 25% 관세를 보호받고 있다. 미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2.5%인데 이의 10배인 25% 관세를 물고 미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메이커가 없기에 빅3는 승용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 높은 마진에 픽업트럭을 판매해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2021년이면 미국 최초로 한국에 픽업트럭 시장을 완전 개방하게 되자 빅3는 시장보호를 통상당국에 요청했다. 25% 관세철폐를 염두에 두고 국내 메이커가 레드오션인 승용차 대신 미국 수출용 픽업트럭을 개발했지만 2041년으로 관세철폐가 연기됐고 232조로 25% 자동차 관세 부과가 거론되자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상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정협상 이익의 균형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미국의 무역확대법 232조와 글로벌 수입제한 조치에 아무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한미 FTA에 대해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은 개정협상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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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자동차와 의약품 수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의약품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미국 통상정책에서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이 2016년 3월 초 우리나라의 한미 FTA 이행 미흡을 지적한 다섯 가지 사항 중 첫 번째가 미국산 의약품의 가격결정 과정의 투명성이었고 이는 그동안 FTA 이행위원회에서 미국 측이 빈번하게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서한 형식으로 합의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2월 초 발표했던 개정안을 올 연말까지 한미 FTA에 부합되도록 재개정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국내 논의가 부진하다.

이행이슈는 국내 관련 절차와 관행이 FTA에서 규정한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현재 발효돼 있는 한미 FTA에 이미 규정돼 있는 것으로 이번 개정협상에서 새로 합의된 것이 아니다. 이번 개정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제대로 이행할 것임을 미측에 약속한 셈이다.

혁신신약 우대제도는 의료보험재정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야 하나 약가 문제로 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져 고통받는 환자의 입장,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적 측면과 한미 간 통상현안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개정안의 글로벌 혁신신약 인정 요건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무리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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