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제조사가 지진 예방 장치의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제조사도 비슷한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에 따르면 건축기자재 제조사 가와킨홀딩스는 전날 자회사 2곳이 건물의 면진·제진 등 건물의 지진 피해를 예방하는 데 쓰이는 장치의 성능검사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건설사 등 장치를 공급받은 고객사와의 계약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 26개 광역지자체의 학교 등의 건물 93곳에 사용된 것이다. 데이터가 조작된 제품은 지진이 발생할 때 유압으로 충격과 진동이 건물에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장치인 ‘오일 댐퍼’(Damper)다. 이 장치는 2005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1,429개 출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6일 국토교통성은 제조사 ‘KYB’와 이 회사의 자회사 ‘KSM’의 담당 직원은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제조한 오일 댐퍼의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KYB는 건실한 제조사인데다 문제의 제품이 도쿄도 청사, 도쿄 스카이트리 등 주요 건물과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경기장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 아리아케 마리나 등에도 사용됐을 가능성 또한 있다.
일본 정부는 면진·제진 장치 제조사 88곳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검사 데이터에 조작이 없었는지 일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조사에 따라 데이터 조작 적발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고베제강소, 미쓰비시머티리얼, 도레이 등 제조사들의 제품 검사 데이터 조작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무자격자가 차량의 완성검사를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