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살해한 박기서 씨가 그를 처단하는 데 쓴 ‘정의봉’을 24일부터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24일 오전 택시기사 박기서(70) 씨는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처단했던 이른바 ‘정의봉’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 측은 기증식을 열고 박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박 씨가 기증한 정의봉은 40㎝ 길이의 몽둥이로, 이를 감싸고 있는 종이에는 검은 붓글씨로 8자의 한자가 적혀 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는 목숨을 바쳐라)이라고 적힌 이 종이를 펼쳐 보인 박씨는 “안중근 의사의 글”이라고 설명했다.
안중근 의사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는 박씨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솜씨로 직접 글씨를 써넣었다고. 그는 이 종이로 정의봉을 감싼 채 안두희를 찾아가 종이를 벗겨낸 뒤 실행에 옮겼다고 얘기했다.
이 때문에 종이 한쪽에는 작은 글씨로 ‘증 4호’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박씨가 안두희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 검찰이 쓴 글씨다.
홍두깨 모양의 정의봉에는 한글로 ‘정의봉’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정성스레 보관해 글씨가 선명했다. 희미하지만 안두희의 혈흔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한편 안두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1년이 채 되지 않은 1949년 6월 26일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자리인 서울 서대문 경교장에서 권총을 쏴 김구 선생을 살해했다. 이 일로 안두희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1951년 2월에 특사로 풀려나 육군 중령으로 복귀했다.
이후 안두희는 1996년 10월 23일 인천 중구 신흥동 자택에서 박 씨가 휘두른 정의봉에 맞아 숨졌다
박씨는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자수하고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