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저점을 다시 쓰고 있다.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 미국발 기술주 불안 등으로 타격이 컸고 최근 급락한 증시의 한파를 직격으로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직전보다 주가가 20% 가까이 빠지며 4만원선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
24일 삼성전자는 500원(1.16%) 내린 4만2,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4만2,250원까지 밀려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6만5,8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하는 등 2,400원(3.47%) 내린 6만6,7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1·2위인 두 종목이 나란히 새로운 ‘바닥’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증권가는 두 기업이 여전히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가 7.85배, SK하이닉스는 4.56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에 가깝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하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외국인이 6,500억원 이상, SK하이닉스는 35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증권가는 올해 4·4분기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하며 양사의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유진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KB증권이, SK하이닉스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키움증권·하이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가 각각 목표주가를 내렸다.
특히 웬만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고 있어 ‘ETF를 매도하면 할수록 타격을 입는’ 구조 역시 주가 부진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과 달러 강세가 촉발한 급락장과 맞물려 양사의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가 증시의 밸류에이션마저 왜곡하고 있다”며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두 종목이 유의미한 반등을 하지 못해 시장 전체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직전(5만3,000원)보다 주가가 1만450원(19.71%) 하락해 4만원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분할(50대 1) 전으로 치면 지난 5월 거래재개 이후 6개월 만에 50만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340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24일 기준 273조원으로 67조원가량 증발했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있다’는 국내 증시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당분간 ‘V자’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미국 기술주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