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8개월간 해외투자가들의 미 국채 보유량 증가분이 78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고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해외투자가들의 미 국채 매입이 시들해지면서 미 국채의 해외투자가 보유 비중은 지난 2013년 50%에서 올해 41%로 떨어지며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투자가들의 미 국채 매도는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면 대출금리가 치솟고 주식 배당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장중 3.24%까지 치솟자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가 4% 폭락하는 등 증시도 요동쳤다.
■美 국채 인기 시들해진 원인은
감세 강행에 재정지출은 늘어
재정적자 확대로 리스크 커져
미국 국채의 인기가 예년만 못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투자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를 밀어붙이고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미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2018회계연도 미 연방 재정적자는 7,790억달러로 직전 회계연도보다 17% 급증했다. 1조달러를 웃돌았던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방 재정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3.5%에서 3.9% 높아졌으며 이 비중이 2028년 8%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중간선거 이후 2단계로 중산층에 대한 10% 감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재정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WSJ는 “해외투자가들의 주요 우려 사항 중 하나는 연방 재정적자”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를 받는 경쟁국들이 미 국채를 팔아 치우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달러 표시 자산 850억달러어치를 투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투자가들이 보유자산 다변화를 위해 달러화 자산인 미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