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의 피살 사건을 놓고 국익과 진실 규명 사이에서 고심하던 서방 주요국들이 점차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이들 나라 모두 사우디에 대한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서, 국익과 밀접히 관련된 무기수출 규제를 놓고는 대응에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정상은 24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왕과 잇따라 통화 하고 진실 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로이터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의 통화에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에 깊은 분노를 표시하고 책임자들에게는 조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환경은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프랑스는 카슈끄지 사건 이후에도 에너지와 금융, 무기 등의 상업적 관계를 고려하고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오전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사우디 책임론과 관련, 사실임이 분명히 드러나고 자국 정보기관들과도 확인돼야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도 앞서 “성급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22일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중단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진실이 규명된 뒤에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프랑스의 2대 무기 수출국으로 모두 11억 유로(14조3,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만 15억 유로(2조 원)에 이른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살만 국왕과 통화하고 터키 당국의 수사에 협력하도록 “강력히 촉구”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전했다. 메이 총리는 통화에서 사우디가 내놓은 해명으로는 부족하다며 사건 경위를 서둘러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통화에 앞서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중에 영국 비자가 있는 이가 있다면 즉시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의 대응은 독일이나 캐나다 등에 비해서는 신중한 태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1일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독일 정부는 사우디에 대한 4억1,600만 유로(약 5,400억 원) 규모의 무기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발표한 추정 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급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22일 사우디와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판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사우디 정부와 150억 캐나다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경장갑차 판매 계약을 했는데, 캐나다의 군사장비 판매 규정은 수입국 시민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에 군사장비들이 사용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