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6 중간선거를 열흘가량 앞두고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 배달이 시도돼 24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또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에 입주한 CNN방송 뉴욕지국에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는 등 총 6건의 폭발물 소포가 드러났다. 사진은 이날 뉴욕 CNN 지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하는 빌 드블라지오(가운데) 뉴욕 시장과 앤드루 쿠오모(오른쪽) 뉴욕 주지사, 제임스 오닐(왼쪽) 뉴욕 경찰국장. /EPA=연합뉴스
미국의 11·6 중간선거를 열흘가량 앞두고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 배달이 시도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또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에 입주한 CNN방송 뉴욕지국에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최소 2명의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나타나 이틀 전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에게 배달된 것까지 포함해 총 6건의 폭발물 소포가 드러났다.
수사당국의 사전 차단 등으로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중간선거가 임박한 때에 ‘반 트럼프’ 진영의 주요 인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온 언론을 향한 테러 협박 시도라는 점에서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목된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 비밀경호국(SS)은 24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의 자택에 배달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물을 각각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비밀경호국은 성명에서 “해당 소포들은 일상적인 우편물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즉시 확인돼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경호대상자들은 소포를 받지 못했고 받을 위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자택이 있고, 힐러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뉴욕시 교외에서 거주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택이 수신처인 소포는 이날 오전에, 클린턴 전 장관 자택으로 보내려 한 소포는 전날 저녁에 각각 발견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플로리다를 방문 중이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택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소포가 집으로 배달되기 전에 미리 걸러내준 비밀경호국(SS) 요원들 덕분에 우리는 잘 있다”고 감사의 말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처해준 비밀경호국과 사법당국에 감사하다”며 “우리나라와 공동체의 안전 유지를 위한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영원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날 자택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식 입장 또한 발표되지 않았다.
또 이 소포들은 지난 22일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으로 배달된 폭발물과 유사한 파이프 형태의 폭발물(pipe bomb)이라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수사 당국은 동일범의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뉴욕 경찰의 반테러 책임자인 존 밀러는 모든 폭발물이 한 명 또는 복수의 동일한 용의자로부터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 관리들을 인용, 폭발물의 스타일이 매우 유사하지만 정교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맨해튼 콜럼버스서클에 있는 타임워너 빌딩의 지하 ‘CNN 우편물 보관소’에서 이날 오전 발견된 폭발물은 “조잡하지만, 작동(폭발) 가능한 것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AP통신에 전했다.
이 빌딩에는 CNN 뉴욕지국이 입주해 있다. 우편물에는 CNN에 자주 출연해온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신자로, 민주당 소속 와서먼 슐츠(플로리다·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연방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주소가 반송 주소지로 각각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넌 전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지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브레넌 전 국장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한 바 있다. CNN 지국에는 또 백색 분말 가루도 별도로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뉴욕지국 직원들을 건물 외부로 대피시켰다. 제프 저커 CNN 사장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지국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CNN 지국에 배달된 소포의 반송지 주소로 적시된 슐츠 의원의 플로리다 사무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소포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 전 장관이 수신자로, 소포 반송지로 슐츠 의원의 주소지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 꼽히는 민주당의 흑인 정치인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에게 보내는 의심스러운 소포가 미 의회 우편물 관련 시설에서 사전에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터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한 적이 있으며 이민자 이슈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뒤 살해 위협을 받아 지난 6월 공개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사무실에도 의심스러운 소포가 배달됐으나 폭발물이 있지는 않았다고 쿠오모 지사측은 밝혔다.
이번 수사에는 FBI와 비밀경호국, 뉴욕경찰, 주류·담배·화기류 단속국(ATF)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폭발물은 FBI가 수거해 분석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다른 공인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이를 저지른 사람은 법의 최대한도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퇴치 관련 행사에 참석해 “먼저 오늘 있었던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 공직자 등에 대한 공격 시도에 대해 잠깐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폭력을 선택한 모든 사람들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트위터 계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CNN방송과 다른 분들에 대한 공격 시도를 비난한다”면서 “이 비겁한 행동은 비열할 뿐 아니라 미국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