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처리하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크게 다쳐 3년가량 투병생활을 하던 경찰이 공무상 질병휴직 규정에 따라 현업에 복귀하지 못해 명예퇴직을 하면서 2,000만원을 공상자(公傷者)를 지원하는 재단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2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열린 ‘경찰의 날’ 행사에서 명예퇴임한 김범일(51) 경감이다. 김 경감은 이날 퇴임식에서 지난해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1,500만원에 사재를 보태 마련한 2,000만원을 참수리사랑재단에 기부했다. 참수리사랑재단은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거나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활동하다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지난 1995년 경찰에 투신한 김 경감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15년 2월. 서울 당산철교 부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을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뇌출혈과 온몸 골절로 수개월간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며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으나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현장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공무상 질병휴직 상태로 3년이 지나도록 업무 복귀가 힘들 경우 직권면직 처리되는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명예퇴직을 하게 됐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서 김 경감을 1계급 특진시키고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또 지난 3년간 정성 어린 간호로 함께한 부인 김미옥씨에게도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씨는 “남편과 같이 공무 수행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면서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뜻깊게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경찰의 날 기념식은 통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인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기 위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처음 개최됐다. 특히 임시정부 경찰의 제3대 경무과장이었던 권준 선생의 외손자인 최재황 경사, 독립유공자 박동희 선생의 손자인 독도경비대장 박연호 경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이자 독립운동가 출신인 안맥결 제3대 서울여자경찰서장의 아들 김선영씨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치사에서 “15만 경찰이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전통을 되살려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자”며 “백범 선생이 남긴 가르침에 따라 국민과 함께 나아가는 ‘민주경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인권경찰’, 국민의 평온한 삶을 지키는 ‘민생경찰’로 새롭게 태어나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책임지자”고 당부했다.
/서종갑·최성욱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