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리수술 근절하고 환자인권 위해 필요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 찬성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CCTV 설치는 안전과 인권침해 예방 등 공익 목적

● 의사 감시·잠재적 범죄자 취급 주장은 옳지않아

● 영상, 엄격 관리하면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가능

무자격자의 대리수술과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에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40대 남성이 4개월 만에 사망했는데 이 수술을 집도한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료계의 빈번한 대리수술 관행을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CCTV 설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 초부터 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시범적으로 CCTV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도의료원 6개 병원을 대상으로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다. 설치 찬성 측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리수술을 근절하고 환자인권을 보호하려면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 등 반대 측은 집도의가 감시받는다고 느끼면 소극적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어 결국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의사·환자의 인권 및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우려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유령수술 등 공포영화에 등장할 법한 섬뜩한 용어들이 최근 언론방송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무자격 대리수술에 대해 의료법에서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보건범죄단속법에서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으로 중하게 형사처벌한다. 그러나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일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넘어 네트워크병원·상급종합병원, 더 나아가 국립중앙의료원·군병원 등 공공병원에서까지 계속 적발되고 있다. 이는 형사처벌만으로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근절할 수 없음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공범관계이기 때문에 내부 제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무자격자 대리수술의 근절 방안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경기도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 91%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자 10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CCTV 영상이 유출되면 의사와 환자에게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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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인적이 드문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그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런 장소에서는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제를 이용해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신체 부위 노출이 많은 장소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사도 영리 목적의 무자격자 대리수술이나 성추행·성희롱 등 인권침해의 유혹을 받기 쉽다. 의사도 이러한 유혹으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CCTV 설치를 통해 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둘째,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어린이집·백화점 등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직업수행의 자유도 동일하게 침해된다. 그러나 CCTV 설치로 인해 얻는 안전과 인권 침해 예방이라는 공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보육교사나 백화점 점원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또한 의사가 학술이나 교육 목적의 수술실 영상 촬영은 괜찮고 일반 수술의 CCTV 영상 촬영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처럼 의식돼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의사는 환자를 수술하는 직업 수행에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신체 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영상 촬영을 요구할 뿐이다.

셋째, 영상 유출로 의사나 환자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면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CCTV를 모두 떼어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한 문제들은 응급실 CCTV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기관이 마음대로 CCTV 영상을 보는 현실을 누구보다 의사들이 잘 알기 때문에 유출로 인한 의사와 환자의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실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은 현재와 같이 의료기관이 임의로 볼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수사·재판·분쟁조정 등과 같은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환자에게는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입법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의사면허제도의 권위를 추락시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불법행위다. 이제는 대한의사협회도 수술실 CCTV 설치와 인권 보호적 운영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안전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수술실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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