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2018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에서 110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고객들의 해외주식 투자 수요를 잘 간파해 수탁수수료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끌었다. 올해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도 완성돼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2014년(177위) 이래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던 삼성증권이 올해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순위에선 전년보다 한 계단 하락한 110위로 잠시 숨을 골랐다. 순위가 상승할수록 매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순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실적은 이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순위 산정의 지표가 된 2017년 매출액이 4조 4,854억 원으로 2016년(4조 4,285억 원)보다 1.3% 상승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1,742억 원에서 2017년 2,710억 원으로 55.9%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금융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실적 추이를 보입니다. 금리, 유동성 등 시장 환경에 민감한데다 수익 구조 역시 거의 같기 때문이죠. 증권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딱히 드러나는 개성이 없어요. 하지만 삼성증권은 특별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해외주식 투자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거죠. 실적에서도 이 부분은 특출나게 나타나고 있어요.”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최근 5년 동안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순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해외 주식시장 중개 부문에서의 높은 성과’를 꼽았다. 해외 주식시장 중개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해외주식자산 증감 비교에서 삼성증권은 최근 3년간 43% 성장세(1조 9,230억 원 → 2조 7,444억 원)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삼성증권이 고객 니즈를 매년 꼼꼼히 확인하고 기민하게 대응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삼성증권은 수년 전부터 고객의 금융자산 해외 분산투자 니즈를 확인하고 수요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조사에서도 고객들의 해외자산 투자 니즈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나 해외자산 투자는 이제 자산관리의 한 방법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전체 금융자산에서 해외자산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답한 ‘적극’ 의향 투자자 비율이 52.6%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해외투자 수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꾸준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감에 따라 삼성증권도 매년 해외투자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왔다. 올해도 지난 7월 유럽 대표 금융사인 프랑스 소시에떼 제너럴과 유럽주식 투자 관련 MOU를 맺고 고객들에게 최신 유럽주식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체결한 소시에떼 제너럴과의 MOU를 통해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신증권·KGI증권과의 제휴로 중화권 투자, RBC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북미지역 투자, SMBC닛코증권과의 제휴로 일본 투자, 호치민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베트남 투자 전문성을 확보했지만, 금융투자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유럽지역이 빠지면서 해외투자 중개 부문에서의 월등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2% 아쉽다는 지적을 받던 삼성증권이었다.
올해 삼성증권의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 완성이 특별한 이유는 정보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해외투자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같은 특수성은 온라인 정보가 국가별로 편중돼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삼성증권의 1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 매매패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차가 커 실시간 온라인 매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주식 온라인 거래 비율은 50%에 달했지만, 상대적으로 시차가 거의 없는 중국과 일본의 온라인 거래 비율은 각각 19.3%와 2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정보는 검색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접근하기 쉽지만, 아시아 기업 정보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시아시장 투자는 대부분이 PB와의 상담을 토대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신뢰도가 높으면서도 신속한 정보채널 보유 여부는 해외투자 중개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가 최근 전 지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해외주식 거래 때 활용하는 정보채널로 45.9%가 증권사 PB를 선택한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 투자에서 온라인 정보 활용도가 높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특수한 상황이죠. 삼성증권 PB들은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글로벌 각지 기업들과 구축한 리서치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도 높은 최신 정보를 신속히 제공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해외투자 중개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증권은 PB들의 글로벌 자산관리 능력 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시장에 직접 PB들을 파견해 현지 시장 연구를 진행하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삼성증권 PB들의 글로벌 자산관리 역량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삼성증권 전체 PB의 40% 이상이 총 14차례에 걸쳐 중국, 대만, 베트남, 일본 등 현지에서 PB 리서치 연구단 활동을 진행해 글로벌시장에 대한 영업 현장 이해도를 높여왔다.
삼성증권은 해외투자 관련 서비스 개선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올해 3월부터는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통합증거금’ 제도를 도입해 환전하지 않고도 바로 해외주식 매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시장가 주문과 분할 매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주문기능도 고도화해 매매 편의성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통합증거금 서비스는 해외주식 매매 전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바로 주문이 가능한 서비스다. 기존에는 해외주식 주문 때 자신이 사고 싶은 물량의 금액만큼 환전을 한 후 주문을 내야 했다. 삼성증권의 통합증거금 서비스를 활용하면 달러, 유로, 위안, 원 등 주요 국가 화폐를 통합해 해외주식 매수 증거금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환전 절차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주문 다음날 필요한 만큼 자동으로 가지고 있는 화폐에서 필요한 화폐로 환전이 일어나 필요한 증거금을 맞춰준다.
주문고도화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주로 글로벌 IB들이 이용했던 시장가 주문, 시간 분할 주문, 수량 분할 주문 등을 HTS와 MTS로 간편히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실시간 매매 외 주문에서 지정가 주문만 가능했던 이전에 비해 편의성이 대폭 커진 셈이다.
그 밖에도 해외주식 투자 고객들의 성공투자를 위한 ‘해외주식 아카데미’도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올해 해외주식 아카데미에 참석한 고객 1,800명의 해외주식 매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고객의 해외주식 투자수익률은 6.27%로 투자한 국가 전체 지수 평균 상승률 -2.65% 대비 8.92%P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아카데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해외주식 투자컨퍼런스에선 삼성증권의 글로벌 제휴 증권사 수석급 애널리스트가 참여해 고객들에게 생생한 현장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박스기사>
◇ 해외시장 투자에 발 빠르게 대응한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2008년부터 해외시장 투자 중개를 시작했다. 이후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자체 리서치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증권의 앞선 투자는 2014년 후강퉁(邑港通·해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제도)이 시행되면서 크게 빛을 발해 2015년 한 해에만 해외 주식시장 중개 수수료가 20배 넘게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