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개원한 후 지난 25년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목표는 ‘우리 학생들이 유학 갈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재능 있는 해외 학생들도 와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김대진(56·사진) 한예종 음악원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예종 서초동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예종 음악원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교육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4년 한예종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올해 3월 음악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김선욱·손열음 같은 스타를 배출해낸 클래식계의 명장이자 1980년대 중반 ‘클리블랜드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한국의 정상급 피아니스트다. 김 원장은 수십 년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스타들이 탄생해 클래식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는데 세월이 흘러 그의 제자들이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클래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주도하고 있다. “참 기특하죠. (손)열음이는 초등학생 시절 한예종 영재교육원에 들어왔을 때 처음 봤어요. 그때부터 이미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성장해줘서 너무 대견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더 좋은 기획사를 만났으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열음이나 (김)선욱이 같은 경우는 완전히 혼자 해외시장을 개척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해외로 뻗어 나가는 연주자들처럼 이제는 외국의 유명한 아티스트와 전속 계약도 하고 글로벌 시장과 국내 음악계의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나올 때가 됐습니다.”
2008년부터 9년 동안 수원시향을 이끈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창원시향 상임지휘자로 부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창원에 머물면서 연간 10차례 정도의 무대를 소화하는 김 원장은 이달 말과 다음달 연이어 서울 관객들과 만난다. 먼저 2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8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라흐마니노프’ 무대에 오른다. 그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연주하는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한 레퍼토리도 훌륭하지만 ‘오케스트라 육성이야말로 한국 클래식계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는 소신을 평소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솔리스트를 더 선망하고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오케스트라가 자꾸 나와야 한국 클래식도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음악원장과 교향악단 지휘자 등 ‘1인 다(多)역’을 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원장이지만 다음달에는 오랜만에 본업인 피아니스트로 돌아온다. 그는 오는 11월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년 만에 독주회를 열고 베토벤 소나타를 객석에 들려줄 예정이다. “지휘자로 무대에 오를 때는 직접 악기를 만질 수 없잖아요. 하지만 건반에 손을 올리는 순간 마치 내 몸이 피아노에 ‘접속’되는 것처럼 찌릿한 감각을 느껴요. 벌써 데뷔한 지 45년이 됐는데 악기를 다룬다는 게 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네요.”(웃음)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