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한국을 무대로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아직 2조원 수준이지만 공공분야의 클라우드 적용 제한이 완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다만 규모의 경제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시장 공략에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정보기술)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며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설치한 기업은 클라우드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다. AWS는 지난 2016년 1월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며 국내 민간 부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월 리전을 설치해 국내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엔 오라클이 내년 중 한국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은 “내년 5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라며 “국내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을 열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이 클라우드 최신 업데이트를 공유하는 행사인 ‘클라우드 서밋’을 한국에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인종 구글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부사장은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클라우드 서밋을 큰 행사로 열었다”라며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은 점차 커질 것이며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선 “(국내 설립 관련) 루머나 추측에 대해선 얘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약 2조원이다. 1,759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1% 에 불과하다. 다만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위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낮은 등급의 정보만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허용했던 정보 등급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규모는 오는 2021년 3조 4,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공공 클라우드 규제가 완화돼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글로벌 기업들만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선 KT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규제 완화로 인해 다른 민간 업체들의 참여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 대형 기업들에게 유리한 시장”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풍부한 인력과 자금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이날 LG전자와 함께 스마트 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타운은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는 도시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교통 카메라가 길을 건너는 아이를 발견하고 신호 시간을 늘리거나 고장난 가전 제품에 이용자가 말을 걸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이상윤 LG전자 B2B 그룹장(부사장)은 “구글과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 조성된 단지 내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부터 오피스,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 도시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타운이 들어설 구체적인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