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샷 평균 253야드의 김민선(23·문영그룹)과 258야드의 김아림(23·SBI저축은행)이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걸고 ‘장타 결투’를 벌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차 김민선과 3년차 김아림은 26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43야드)에서 계속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2라운드에서 기치를 올리며 우승 희망을 부풀렸다. 총상금 8억원 이상 대회는 이번이 시즌 마지막이다. 2위 상금도 9,200만원에 이르며 60위 상금도 400만원이다.
첫날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세밀한 퍼트 감각까지 뽐내며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던 김아림은 둘째 날에도 선두권을 유지했다. 11번홀까지 버디와 보기 2개씩을 맞바꿔 이븐파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5언더파로 공동 2위. 김민선은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몰아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15번홀까지 버디만 5개로 5언더파. 첫날 1언더파 공동 18위였던 김민선은 이틀 합계 6언더파를 적으면서 단숨에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김아림과 김민선은 국내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김아림은 올 시즌 258.9야드로 드라이버 샷 거리 1위, 김민선은 253.2야드로 5위를 달리고 있다. 이 수치가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다. 매 대회 1·2라운드에 라운드당 2개 홀만 측정하기 때문이다. 둘은 마음먹고 치면 실제로는 260야드를 훌쩍 넘긴다.
김아림은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한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한층 성숙해진 코스 공략 덕에 한 달 전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다. 상금랭킹은 6위(약 5억7,100만원). 그는 “1승을 해놓으면서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우승도 좋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겠다”며 “남은 라운드도 그날그날 저만의 목표를 세워놓고 달성해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민선은 “샷 실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올 시즌 성적도 나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그런 걱정들을 버리고 제 스윙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조금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오고 있다. 부담 갖지 않고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김민선은 데뷔 시즌인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년 1승씩을 쌓아왔다. 상금랭킹도 2015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톱10. 하지만 올 시즌은 우승 없이 상금 49위(약 1억2,400만원)에 머물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서 귀중한 첫 승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민선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71타-71타로 컷 탈락했으나 코스가 길어진 올해는 장타자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며 우승권에 나섰다.
이날 경기는 화창하고 바람이 잔잔했던 전날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아침부터 비가 흩뿌렸고 바람도 다소 세졌다. 낮 12시께에는 짙은 안개가 몰려와 일부 홀 경기 진행이 어려워졌고 결국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비가 멎고 안개가 거의 걷혀 오후3시20분에 경기는 재개됐으나 일몰로 일부 선수가 18홀을 다 마치지 못했다. 2라운드 잔여 경기는 27일 아침 일찍 이어서 열리며 이후 3라운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2라운드 분위기는 경기 중단 전과 재개 뒤로 확연하게 갈렸다. 비로 부드러워진 그린 덕분에 오전에 부지런히 타수를 줄여가던 선수들은 바람이 강해진 오후에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른 전략을 시험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8번홀(파4)이었다. 평소에는 짧은 아이언으로도 공략이 가능한 두 번째 샷 때 하이브리드 클럽을 들어야 했다. 바람이 강하고 방향마저 홀에 따라 바뀌는 환경에서는 다양한 구질의 샷 구사 능력을 갖춰야 유리한 법. 버디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것보다 보수적인 플레이를 지켜나가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27일은 바람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예보도 나오는 가운데 이날 오후 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낸 5언더파의 배선우(24·삼천리)와 장수연(24·롯데), 4언더파 공동 6위 최혜용(28·메디힐)과 김지현(27·롯데) 등을 주목할 만하다. 시즌 2승을 올린 상금 4위 배선우는 이번 주 우승하면 단숨에 상금 1위에 등극한다.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나선 고교 1년생 홍예은(16·신성고)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깜짝 공동 2위에 나섰던 홍예은은 아마추어 같지 않은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버디 7개(보기 1개)를 몰아치면서 이틀 합계 5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4관왕에 도전하는 대상(MVP) 포인트 1위 최혜진(19·롯데)은 1언더파 공동 15위에서 역전 우승을 노린다. 최혜진과 홍예은은 이날 18홀을 다 마쳐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남은 2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