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코칭 스태프다. 기량을 뽐내며 주목받는 것은 의원이지만 그 뒤에는 묵묵히 자료를 수집하고 기관을 면담하며 기자·민원인과 접촉해 전략을 짜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의원 서포터’가 아닌 ‘책사’에 가깝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책사들은 그림자에서 벗어나 직접 경기장의 선수로 뛰어들기도 한다. 20대 국회만 해도 보좌관 출신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원 보좌관, 이훈 의원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비서관, 이철희 의원은 김한길 전 의원 보좌관, 기동민 의원은 이재정 전 의원 보좌관, 윤후덕 의원은 김원길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태흠(김용환 전 의원 보좌관), 이장우(이양희 전 의원 보좌관), 김학용(이해구 전 의원 비서관), 이헌승(김무성 의원 보좌관)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는 김동철(권노갑 전 의원), 유의동(이한동 전 의원), 이태규(윤여준 전 의원) 의원 등이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박지원-이훈, 김무성-이헌승 의원은 ‘의원-보좌관’의 관계에서 지금은 현역 동료 의원으로, 특히 김·이 의원은 같은 당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보좌진 시절 의정활동 전반을 두루 익힌 만큼 경쟁력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접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는 최대 강점이다. 국회 시스템을 충분히 몸에 익힌 만큼 의정 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의동 의원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국회의원이 된 분들은 국회 시스템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설명을 듣고 이해해야 한다”며 “그에 반해 보좌진 출신은 적어도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의정활동의 시행착오를 줄여 빠르게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반면 새롭게 볼 수 있는 부분, 중요한 포인트를 관성 탓에 빠뜨리거나 경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지난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배지를 단 이후삼 민주당 의원도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충북 제천-단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아 승리했다. 이 의원은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기관 응대 방법이나 자료요청 요령 등을 쌓은 것이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국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경험했다는 점이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처럼 지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정부 여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민주당 보좌진 출신 당선자가 대거 탄생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을 비롯한 기초단체장 5명도 민주당 보좌진 출신이다. 6·13선거에서 민주당 보좌관·비서관 출신의 광역·기초의원만 30여명이 배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 직후 민주당 내에서는 ‘보좌진의 대거 당선으로 의원실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되려면 보좌진을 거쳐야 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정계 진출을 목표로 보좌관·비서관 경험을 쌓으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힘든 일이지만 참고 배우면 이룰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을 계속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제의 나’인 보좌진에 대한 이들 의원의 애정은 남다르다. 이후삼 의원은 같은 방 식구들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유의동 의원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하는 원팀”이라고 칭했다.
보좌관 출신 의원뿐이겠는가. 많은 영감(의원)들이 애써 표현하지 않지만 보좌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보좌진에 대해 “지금의 나를 만든 조력자, 때로는 가족보다 더 많이 얼굴을 맞대는 식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