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에는 사모펀드에 기업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기존에는 헤지펀드로 불리는 전문투자형 펀드만 기업대출이 가능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전문투자자형 펀드운용사(GP)로서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기업에 대출했다. 반면 MBK파트너스·IMM 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 운용사는 경영참여형 펀드 운용사로 분류돼 기업 대출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기업 인수합병(M&A)나 지분투자 과정에서 경영참여형 펀드 운용사는 지분에 투자하고 부족한 자금은 은행 등이 경영참여형 펀드 운용사로서 자금을 모아 대출했다. IB 업계에서 인수금융이나 공동 대출(신디케이티드론)으로 부르는 영역이다. 과거에는 은행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독점하다시피 했고 최근들어 증권사들이 다양한 대출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사모펀드 운용사가 지분 투자 이외의 다양한 구조의 대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도 대출펀드에 활발하게 출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모펀드 운용사는 은행보다 규제가 적고 관행적인 대출보다는 투자자 관점으로 유연한 중금리 대출을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B 업계에서는 회생기업이 정상화 방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신규 운전자금을 지원받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대출시장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진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은 회생기업으로 분류되면 충당금 부담이 커져 대출을 꺼린다. P플랜 기업에 신규자금을 대출하면 회수할 때는 가장 우선순위를 인정해준다. 그러나 은행의 기업 여신 취급 정책은 회생기업에 대한 대출을 위험하다고 분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선별해 대출하고 선순위로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 “P플랜 기업에 대출만 전문으로 하는 펀드가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이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국회 통과와 금융당국의 시행령 개정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출을 허용한 것은 기업에 다양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출만 전문으로 하는 펀드 조성까지 가능한지는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