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의상실부터 훈련장·물리치료실까지…'완벽한 곡예' 위해 '움직이는 마을'

■ 내달 3일 공연 태양의서커스 '쿠자' 백스테이지 가보니

무대장치·생활용품서 객석까지

컨테이너 95대 규모로 직접 공수

전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연출 가능

의료진 항시 대기, 배우 건강 체크

상황판엔 캐스팅·공연 내용 빼곡

'죽음의 묘기' 등 앞두고 만반 준비

태양의서커스 전용 극장인 빅탑을 설치하는데는 보통 9일이 걸린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중인 빅탑.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태양의서커스 전용 극장인 빅탑을 설치하는데는 보통 9일이 걸린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중인 빅탑.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북서쪽, 평소라면 무채색 일색인 공터에 노란색과 파란색 선으로 현란하게 꾸며진 네 개의 첨탑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25m 높이에 넓이만 1만7,000㎡(5,200평)에 달하는 이 거대한 텐트는 매일 밤 관객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서커스 전용 텐트극장 ‘빅탑’. 캐나다 아트서커스를 대표하는 단체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이곳 서울 땅에 닻을 내렸음을 알리는 상징이다.

‘퀴담’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태양의 서커스가 텐트 속 세계에서 펼쳐 보일 공연은 산스크리트어로 상자를 의미하는 ‘쿠자’. 내달 3일부터 매일 밤 이곳에서 안내자를 자처하는 트릭스터가 공중곡예와 죽음의 회전 묘기 등이 펼쳐지는 환상의 상자를 열어젖힐 예정이다.

260도로 펼쳐진 무대 위, 색색의 조명과 의상, 현란한 묘기를 감상한 관객들이라면 무대 뒤편 감춰진 세계가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빅탑 무대 뒤편의 아티스틱텐트에서 배우들은 매일 몸을 단련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빅탑 무대 뒤편의 아티스틱텐트에서 배우들은 매일 몸을 단련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최근 태양의 서커스가 언론에 공개한 백스테이지의 모습은 왜 이들이 빅탑을 ‘움직이는 마을’이라고 부르는지 깨닫게 했다. 아티스틱텐트로 불리는 무대 뒤 공간은 의상실과 분장실, 훈련장과 물리치료실, 대기 공간(타피후즈)까지 공연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망라한다. 독특한 점은 배우와 무대의상, 장치 등은 물론 공간에 놓이는 각종 가구와 집기까지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다는 점이다. 2007년 초연 이후 ‘쿠자’의 빅탑 무대가 설치된 곳만 21개국, 62개 도시다. 딘 하비 예술감독은 “전 세계를 떠도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내 집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공연의 질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물과 통신장비를 제외하고 무대 장치와 의상, 객석은 물론 생활용품마저 직접 공수한다는 원칙 탓에 투어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함께 옮기는 짐만 컨테이너 95대 규모에 달한다.

태양의서커스 빅탑 씨어터 무대 뒤편에서 출연진들이 몸을 풀고 있다. /서은영기자태양의서커스 빅탑 씨어터 무대 뒤편에서 출연진들이 몸을 풀고 있다. /서은영기자


태양의서커스 빅탑 씨어터 무대 뒤편 의상실에서 스태프들이 의상을 수선하고 있다. /서은영기자태양의서커스 빅탑 씨어터 무대 뒤편 의상실에서 스태프들이 의상을 수선하고 있다. /서은영기자


50명의 배우와 악사들을 포함, 120여 명의 스태프들이 하루 한 차례 반드시 들르는 공간은 공연상황판. 캐스팅과 공연 내용이 매일 업데이트 된다. 딘 하비 예술감독과 스태프들은 매일 의료진과 함께 배우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매일의 캐스팅을 확정한다. 최악의 경우 공연 30분 전 배우가 교체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쿠자 마을 사람으로 무대에 오르지만 트릭스터 대역을 맡고 있는 에런 펠스키는 “모든 배우들은 직접 분장과 의상을 챙기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며 “비상시에는 30분 만에 트릭스터로 변신해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루도 같은 작업을 하는 날이 없다”는 알렉스 수리지 의상팀장의 말대로 아티스틱 텐트 왼편에 자리한 의상실은 세탁부터, 각종 의상 수선으로 분주했다. 의상 수선과 세탁은 ‘매일 밤 새로운 쇼를 만든다’는 모토를 완수하는 작업인 동시에 배우들의 안전과 직결된 작업이기도 하다. 의상부터 신발, 가발까지 1,600여개에 달하는 각종 소품은 매일 의상팀의 점검과 수선을 거친다. 수리지 팀장은 “모든 의상은 각 배역의 움직임에 최적화했다”며 “작은 실밥조차 무대의 완성도는 물론 배우들의 안전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의상실에서 수선 작업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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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상은 몬트리올 본사에서 제작되지만 모든 투어팀은 3D프린터로 의상에 사용할 장식을 현지 제작하기도 한다. 이곳 의상실에서도 3D 프린터가 플라스틱을 원료로 분주하게 모자 장식을 찍어내고 있었다.

한국 관객들이 반드시 쿠자를 감상해야 할 이유로 모든 스태프들은 ‘서커스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딘 하비 감독은 “쿠자는 태양의 서커스의 기원으로 돌아간 작품”이라며 “남녀노소,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관객이 트릭스터가 안내하는 여정을 밟아가며 경이로운 여행을 즐기길 바란다”며 웃었다. 다음 달 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잠실 종합운동장 내 빅탑씨어터에서.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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