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각각 등재를 신청한 한반도 고유의 세시풍속 놀이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29일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로부터 우리 정부가 대표목록에 등재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이 심사에서 ‘등재 권고’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평가기구는 또한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도 한국의 씨름과 함께 ‘등재 권고’로 판정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는 신청받은 유산의 평가결과를 △등재 △정보보완 △등재불가로 구분해 권고하는데, 남북이 각각 등재를 신청한 씨름이 이번에 모두 ‘등재’ 권고를 받은 것. 이에 따라 다음 달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모리셔스 포트 루이스에서 열리는 제13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등재 권고는 이변이 없는 한 ‘등재’로 이어지는 게 통상적이다.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대한민국은 총 20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 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북한은 지난 2013년에 아리랑, 2014년에 김치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두 종목 모두 한국보다 2년씩 늦게 올렸다. 또한 북한은 앞서 지난 2016년 에티오피아에서 개최된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를 통해 씨름을 대표목록에 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무형유산이 아니라 남성 중심 스포츠 관점으로 신청서가 서술됐고, 국제적으로 기여할 부분과 관련 공동체 보호 조치에 대한 설명도 결여돼 있다”는 이유로 등재에 실패했다. 씨름이 다음 달 등재되면 총 3종목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확보하게 된다.
이제 관심은 평화무드에 진입한 우리나라와 북한이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할 지에 쏠릴 전망이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각각 따로 씨름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프랑스를 국빈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점으로 미뤄 유네스코 도움을 받아 공동 등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공동 등재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신청서를 철회한 뒤 공동신청서를 별도로 작성해 내야 한다”며 “일단 북한 및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의를 통해 세부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처럼 평가기구 권고 사항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무형유산위원회가 공동 등재 결론을 내린 뒤 추가로 공동 등재 신청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인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기술을 사용해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경기로, 명절이나 축제 기간에 열린다.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교육과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승된다. 평가기구는 대한민국의 씨름에 대해 “씨름은 국내 모든 지역의 한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일부로 인식된다”며 “중요한 명절에는 항상 씨름 경기가 있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씨름에 대해서도 정체성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은 어릴 때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이웃에게 배운다”며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행동은 관중과 경기자들에게 정체성과 연속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