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유소 변신은 무죄]택배·헌 장난감 수거...신사업 실험장 된 주유소

SK에너지·GS칼텍스 택배서비스 '홈픽'

집하장으로 주유소 활용 접수시간 단축

하루 평균 3,000명 이상 이용하며 인기

대양석유, 주유소 내 장난감수거함 설치

기부 고객에 세차 서비스 반값에 제공도

주유소를 택배 집하장으로 활용한 ‘홈픽’ 서비스.주유소를 택배 집하장으로 활용한 ‘홈픽’ 서비스.




대양석유가 운영중인 동탄드림주유소에서 한 고객이 집에서 쓰지 않는 장난감을 기부하고 있다.대양석유가 운영중인 동탄드림주유소에서 한 고객이 집에서 쓰지 않는 장난감을 기부하고 있다.


주유소는 기름을 넣고 가끔 세차를 하러 가는 장소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주유소는 택배 물품 집하장 역할을 하거나 고장난 장난감을 기부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업들 주유소와 같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정유업계 50년 라이벌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운영 중인 주유소에 가면 이 같은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6월부터 공동으로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개인 간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련 서비스 명칭은 ‘홈픽(Homepick)’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C2C(Customer to Customer)’ 택배 집하 서비스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두 기업의 핵심 자산인 주유소 네트워크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안을 두고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홈픽 서비스는 지금까지 택배의 단점을 대폭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택배산업은 기업과 개인 간(B2C)의 물류가 중심이어서 개인이 택배를 보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홈픽은 개인과 개인 간 택배 운송이 중심이다. 네이버, 카카오톡, CJ대한통운 앱, 홈픽 홈페이지 등으로 택배를 접수하면 중간 집하 업체가 한 시간 안에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받아와 거점 주유소에 보관한다. 이후 보관 택배를 CJ대한통운이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SK에너지 측에서는 “홈픽은 C2C 택배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집하 부담으로 인해 물품 발송에서 수령까지 고객의 택배 접수·대기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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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픽의 인기도 높다. 하루 평균 3,000건 이상의 주문이 이뤄지며 월 이용 건수도 5만 건 이상이다. 이용자들은 택배 주문 및 결제와 관련한 편리한 이용자 환경(UI)을 장점으로 꼽는다. 실제 홈픽 앱이나 카카오톡 등 6개 채널로 택배 주문이 가능하며 크기나 무게에 상관없이 동일 가격을 주문과 동시에 선 결제하도록 해 현금이 필요 없다. 홈픽 관계자는 “GS칼텍스와 SK에너지라는 대기업과의 제휴로 서비스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은 점 역시 다수 고객을 초기에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여기에 집화기사인 피커(Picker)의 친절함까지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고객 신규 유입과 재이용률 모두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또 이달 ‘홈픽’ 체험 공유 이벤트 ‘난 이럴 때 홈픽한다!’를 진행해 총 50명에게 커피 음료 이용권 2매씩을 증정하기도 했다. 홈픽 관련 이용 후기를 SK이노베이션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이들이 대상이며 16일 동안 총 2,700여건의 글이 게재됐다.

주유소가 오래된 장난감을 수거해 소외계층 아동에게 전달하는 나눔의 장소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SK에너지의 석유유통협력사인 대양석유는 이달부터 경기도 동탄의 SK주유소에서 아이들이 쓰지 않는 장난감을 가져다주면 세차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주유소 내에 장난감 수거함을 설치해 고객들이 쓰지 않거나 고장 난 장난감을 기부하면 세차 서비스를 반값에 제공한다. 대양석유는 수거된 장난감을 비영리단체인 ‘키니스 장난감 병원’으로 보내며 이후 수리 과정을 거쳐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대양석유는 또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뽑기 같은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금 전액을 키니스 장난감 병원 운영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기로 했다. 대양석유는 현재 본사가 위치한 울산 지역 주유소 2곳과 동탄에 위치한 드림 주유소 등 총 3곳의 주유소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고객 반응을 살핀 후 관련 서비스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석유는 또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각종 재활용품을 활용해 제작한 가방을 주유소 내에서 전시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모어댄 제품은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을 비롯해 걸그룹 레드벨벳,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구매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가진 물리적 입지를 활용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유업계의 변신이 눈에 띤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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