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勞눈치에 신입공채 줄이고 고졸채용 늘린 서울시설公

■본지, 최근 3년 채용공고 분석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앞둔

8급 채용 33명→15명으로 감소

고졸공채는 3배가량 늘려 28명

"勞勞갈등 무마 위한 꼼수" 지적

서울교통공단 등 공공기관·공기업의 채용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설공단이 올해 신입 공채에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높은 직급 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고등학교 졸업 인재 전형으로 대거 전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형평성을 둘러싼 ‘노노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서울시설공단의 최근 3개년 공개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고졸 공채를 제외한 올해 일반직 8급 채용 예정 인원은 15명으로 지난해(31명)와 2016년(34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8급은 현재 공단 내 무기계약직들이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직급이다.




지난해 공단은 일반직 8급 공채의 경우 운전·전기·기계·통신·소방·조경·사육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뽑았으며 이 중 운전·사육을 제외한 5개 부문은 기능사 이상 자격증을 소지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고졸 공채를 제외한 일반직 8급은 운전·사육 분과만 채용했으며 전기·기계·통신 등에서는 고교 졸업 1년 이내 또는 졸업예정자로 지원자를 제한했다. 그 결과 8급 고졸 공채 인원은 올해 28명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시설공단의 채용을 준비했던 일반 기능사 수험생은 올해 아예 지원조차 못 하게 된 셈이다.

공단 내에서는 최근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로 사내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공단이 채용 기준을 ‘고졸’로 낮춰 반발을 무마하려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공단은 서울시의 투자·출연기관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 589명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달 초 2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서울에너지공사 등 주요 서울시 산하기관 중에서도 큰 규모에 속한다. 시설공단의 한 정규직 직원은 “공채로 들어온 8급 직원은 공식 면접절차를 거쳤으며 영세 업체에서 경력을 쌓고 들어왔는데 무기계약직의 8급 전환은 말도 안 된다”며 “전환 과정에서 8급이 계속 논란이 돼서 채용 기준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설공단의 노노 갈등은 지난 3월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교통공사와 판박이로 흘러가고 있다. 시설공단은 올해만 13차례 노사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사가 전환 직급과 임금 인상 수준을 놓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한 공단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에서 전환되면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이 돈을 받냐. 7급으로 자동 승진되게 해달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반면 무기계약직들은 경력을 감안하면 8급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규직 전환 협상을 맡고 있는 시설공단 노조 관계자는 “무기계약직들은 전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을 원하고 있다”면서 “(노노 갈등을) 중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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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공단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노노 갈등의 원인은 결국 서울시의 성급한 정규직 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후 산하기관에 이를 위한 노사협상을 촉구할 뿐 정규직 전환에 따른 지원 방안 등은 내놓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단은 올해 안으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소위 ‘닥치고 정규직화’를 밀어붙인 결과 노노 갈등이라는 부작용이 생기고 급기야 청년들의 취업 문까지 닫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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