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돼지코강거북과 'ㄹㅅㅍㅌ7'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누구나 연초가 되면 삶의 변화를 결심하며 새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심은 작심삼일에 그치고 내년을 기약한다. 필자의 경우 체중관리가 그렇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저녁 약속이 적지 않아 식습관 개선도, 운동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쉬운 것부터 실천하자는 의미로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이 7층에 있으니 칼로리 소모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계단 걷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계단 벽면에 재밌는 글이나 그림을 붙여뒀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돼지코강거북, 에티오피아 고지대에 사는 겔라다개코원숭이 등 처음 보는 동물들의 생태가 눈길을 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먹고 낮에는 그늘에서 쉰다는 인디아영양을 부러워하다 보면 금방 7층이다. 재미삼아 보면서 계단을 오르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도 줄어든다.


그러고 보면 조직문화 혁신도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첫째, 의지가 확고할수록 다이어트 성공률이 높아지듯 조직문화 성패도 강한 자정 의지에 달려 있다. 어느 조직이나 경영진은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진과 구성원들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둘째,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과도한 목표에 지쳐 고열량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거나 운동을 쉬면 체중이 느는 건 한순간이다. 조직문화 역시 체감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다는 생각을 줄이고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과욕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이 나타나듯 조직문화 역시 강제할 수도 없고 강제할수록 더욱 경직된다. 특히 신세대 직원들은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넛지(nudge)’라는 이론이 나온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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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의 영어단어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넛지를 제시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동서발전도 넛지를 통해 구성원들이 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혁신·청렴·공정·신뢰 등 일곱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하기에 ‘ㄹㅅㅍㅌ7(리스펙트7·RESPECT7)’이라는 이름으로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청렴 패러디 포스터를 공모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윤리 웹툰을 제작하는 등 업무와 재미를 연계시키고 스마티켓(스마트+에티켓) 캠페인, 공감토론 등 생동감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발전산업이 보수적인 분야지만 소통과 혁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필자의 목표다. 오늘도 회사 계단을 오르며 다이어트와 조직문화 개선에 성공하기 위한 마음을 되새겨본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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