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벼랑 끝 내몰리는 車 산업] 재기 가능한 협력사엔 상환 유예·금리인하

■ 시중은행 신속프로그램 가동

정부 1조 보증으로는 한계

기업 선별해 10억 한도 지원

3015A03 중기 신속 금융지원프로그램 개요



시중은행들이 자동차 협력사에 대해 기존 대출 만기연장과 함께 ‘중소기업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을 검토하는 것은 추가지원이 없으면 연쇄적인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자동차 부품 관련 연체율과 부도율 모두 일반 중소기업 평균보다 크게 높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결국 협력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 연체율 급상승이라는 표면적인 수치까지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부품 업계의 공장 가동률과 재무실적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흑자도산을 막고 선별적으로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특히 3차·4차 벤더로 갈수록 자금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1조원의 보증 지원으로는 급한 불도 끄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29일 “과거 일시적 자금난에 빠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FTP)이 톡톡한 효과를 봤는데 현재 바뀐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며 “유동성을 지원해 파고만 넘기면 될 기업들이 상당수 있으니 지원할 기업들을 선별해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검토하는 중기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지난 2016년 종료된 FTP를 대체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신용위험평가 ‘B등급’인 중소기업이 대상이며 기업당 10억원 한도 내에서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속한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채권기관과 기업 간 특별약정(MOU) 체결은 의무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명맥만 유지되는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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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FTP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기 지원을 위해 도입돼 약 7,000개 이상의 기업이 지원을 받았고 절반가량이 정상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존에 나간 여신의 회수는 힘들다”며 “상당수의 기업들이 여러 금융기관과 복수로 거래를 하고 있어 한 은행만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무분별한 회수보다는 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한 만기연장에 적극적이다. 은행에서는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업종별 편차가 크다고 분석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가령 엔진이나 조향장치 분야가 특히 어렵고 그나마 차체 업종은 좀 덜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차 자동차 협력사 비중이 큰 IBK기업은행의 경우에는 자동차산업 지원을 최우선 현안으로 올려두고 세부 업종별 유동성 지원대책 등의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여신은 보증이 확실하거나 원자재 구입자금 같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은 해주고 있으나 일부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부실률이 상승하고 있어 심사를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차·2차 협력사까지는 아직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면서도 차제에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구조적인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원은 단기적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내연차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협력사들은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와 완성차 업계에서도 로드맵과 상생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신담당자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심리가 위축되고 여신 심사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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