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의료와 사회복지 등 공공지출 확대를 담은 ‘2018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10년 간 지속된 재정긴축 기조를 끝낼 것을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전에 수립되는 ‘마지막 예산안’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8 예산안’을 공개하며 영국인들의 근면함이 보상받을 때”라며 “긴축정책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테리사 메이 총리 역시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긴축정책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재정적자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해먼드 장관의 전임자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시절부터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긴축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 지출은 물론 각종 복지수당 감축 등이 이어졌다. 해먼드 장관은 “EU와의 협상이 합의되면, 브렉시트로 인한 이익이 재원을 공급할 것”이라며 재정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해먼드 장관은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NHS 지출을 205억 파운드(약 30조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잉글랜드 지방정부는 2019∼2020 회계연도에 각종 사회복지 재원을 추가적으로 6억5,000만 파운드(약 9,500억원) 할당받게 된다. 학교에 필요한 장비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4억 파운드(약 5,900억원)가 투입된다. 국방부는 사이버 전쟁, 잠수함 관련 투자 확대 등을 위해 10억 파운드(1조4,6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고,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도 16억 파운드(약 2조3,000억원)가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기 위해 5억 파운드(약 7,3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해먼드 장관은 그러나 이같은 예산안은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전제로 한 것으로, 만약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노 딜’이 발생할 경우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먼드 장관의 발언이 현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해 온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아울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지출 확대와 재정적자 감축을 동시에 잡겠다는 이번 예산안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해먼드 장관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등을 제공하는 역외 도박사업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2020년 4월부터는 디지털세를 신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업체가 영국 내에서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로 벌어들인 돈의 2%를 세금으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에서 8억4천240만 파운드(약 1조2,400억원)의 매출을, 아마존은 8천만 파운드(약 1,200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지만 510만 파운드(약 75억원)와 460만 파운드(약 67억원)의 법인세를 내는 데 그치면서 조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