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英 "2020년부터 IT공룡에 디지털세 부과"

검색엔진·SNS 등 수익 2% 매겨

연간 4억파운드 육박 세수 예상

美와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수도

3115A12 영국의 디지털세 부과 계획



영국이 오는 2020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등 다국적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공룡에 대한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선진국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과세안이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18년 예산안을 통해 2020년 4월부터 디지털세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법인세와 별개로 다국적 IT 기업들이 검색엔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온라인마켓 등 디지털 서비스로 영국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의 2%를 세금으로 걷는 것이 골자다. 다만 영국 정부는 신생 IT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연간 5억파운드(약 7,298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세 부과로 2022~2023년 연간 4억파운드가량의 세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조세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했다”며 “영국에서 사업해 수익을 얻는 거대기업들이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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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대형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온 사안으로 영국의 이번 결정이 각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해먼드 장관은 “영국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20개국(G20)과 국제 기업 조세 체계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디지털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세 개념을 만들고 이를 도입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왔으며 스페인은 당장 내년부터 IT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 수익의 3%를 세금으로 걷겠다면서 이달 초 디지털세 관련 법안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소 9개국과 중남미 국가 등 수십 곳도 IT 기업에 추가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영국의 디지털세 부과 대상 기업들이 대다수 미국에 근거를 두고 있어 이번 조치가 영국과 미국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클리퍼드챈스의 댄 네이들은 “이 세금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대상이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의 적대적인 세금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조치로 영미 간 무역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은 이날 발표한 예산안에서 10년간 유지해온 재정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사회복지를 비롯한 공공지출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에 대비하기 위해 5억파운드의 예산을 배정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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