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상용차 생산을 대폭 줄이며 일부 생산직원을 전환배치한다. 경기침체 심화로 자영업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된데다 최근 건설경기까지 추락하며 트럭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3·4분기 영업이익이 76%나 감소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생산직 전환배치라는 ‘컨티전시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최근 전주 공장 트럭 생산설비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12.39대에서 8대로 30%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전주 공장은 상용차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마이티·엑시언트 등을 생산하는 트럭라인이 전주 공장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생산물량이 줄면서 전환배치 등 3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조정도 병행됐다. 생산라인 근로자 210명은 전주 공장 내 버스 생산 등 다른 생산라인으로 옮길 예정이며 70여명은 울산과 광주 공장으로 이동했다. 아울러 일손이 부족할 때 뽑았던 촉탁직 근무자도 대부분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100명 넘는 대규모 전환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전주 공장에서 기아차 광주 공장으로 이동하기는 했지만 수십 명에 그쳤었다.
현대차 노사가 지역 전환배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올해 들어 국내 트럭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기준 대형트럭 4,424대, 중형트럭 2만5,017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17% 줄어든 실적이다. 버스 부문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상용차 전체 판매량 또한 지난해보다 18% 줄었다. 일각에서는 버스 생산라인 등으로 전환배치된 210명도 실적에 따라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고꾸라진데다 자영업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트럭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노사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