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법원에 따르면 김시철(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 전산망에 ‘서울중앙지검 사법 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2017년 초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을 지내면서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사건을 심리한 인물이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 심리 방향’ 등의 제목으로 형사7부에 관한 동향 파악 문건 등 6건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가 올린 글의 핵심 내용은 검찰이 법관 이메일 자료를 압수 수색하면서 피의 사실과 관련 없는 자료를 ‘별건 압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지난 11일 분당에 있는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2015년 7월~2016년 2월 말 김 부장판사와 A 전 재판연구원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추출하면서 본인과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이 사건을 검토·논의하고자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과 첨부 파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압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으나 검사가 이를 그대로 압수하는 등 별건 압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효력이 상실된 압수 수색 영장으로 법원 직원 전체의 이메일 자료를 압수 수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메일 추출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가 주고받은 14건을 압수했는데, 이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피의 사실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게 김 부장판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관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하는 데 절차를 안 지키겠으냐”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형사 사건의 이메일 압수 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추출해 김 부장판사 참여한 가운데 선별해 압수했다는 것이다. 다만 참관인인 김 부장판사의 이의 제기가 있어 그 내용을 압수 목록 교부서에 병기했다고 설명했다. 영장 유효기한에 대해서도 10월 31일까지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은) 백업해서 툴을 이용해 선별해 들여다볼 여지가 없다”며 “발부된 영장에 따라 김 부장판사가 발신·수신인으로 된 이메일로 데이터 추출 범위가 한정됐고, 그와 무관한 이메일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 “김 부장판사는 참여자이고 (압수수색) 대상자는 대법원 전산국”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전산국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