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이라고 공표하면서 “미래의 하나금융그룹은 휴머니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손님(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공개 선언한 골드만삭스처럼 금융회사가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인데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이다.
김 회장은 30일 인천 청라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그룹의 전 관계사 대표와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어 “손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공간과 사람, 일하는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한 신경영과 맞먹을 정도라는 게 하나금융 내부의 분위기다. 김 회장은 “디지털 비전 달성의 초석이 될 청라 드림타운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이 디지털 인재가 돼 스타트업과 같이 도전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것”도 주문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정보기술(IT) 직원과 현업 구분 없이 누구나 IT를 개발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날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겠다”며 “앞으로는 IT 직원과 현업 직원이 한 팀에서 함께 일하며 업무 구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문계 출신 직원이라도 IT 교육을 받아 디지털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청라에 통합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면서 관계사의 모든 정보·전산 시스템을 한곳으로 모았다. 통합 데이터센터에는 모든 관계사의 장애·돌발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그룹종합상황실과 10여명의 화이트해커를 포함한 보안인력이 공격에 대응하는 보안관제센터가 마련돼 있다. 한 곳 한 곳을 직접 소개한 김 회장은 “지구의 70%는 물이지만 그 중 마실 수 있는 것은 1%에 불과하듯 방대한 데이터 중에도 쓸 수 있는 1%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절차를 개선하고 나아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전통적 금융을 넘어 생활 속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생활금융 플랫폼 역할을 제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디지털을 강화해 디지털 채널의 이익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1,800명 정도인 그룹 IT 인력을 향후 3,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앞으로 지주 헤드쿼터도 청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중심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디지털 전환 추진과 프로세스 혁신동력 강화를 위해 KEB하나은행 내에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했다. 또 업무프로세스 혁신부서를 본부로 격상시키고 자산관리 서비스의 전문화 및 대중화를 위해 자산관리(WM) 부문을 사업단에서 웰리빙그룹으로 높였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티아이 산하에 설립한 ‘DT Lab’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해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기술의 선행연구에 집중하도록 했다. /인천=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