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법, 강제징용 배상 결론]日 "양국 우호관계 근본부터 뒤엎어" 경제에도 후폭풍 예고

고노 외무상, 발표 직후 韓대사 초치 "조치 취해달라"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까지 거론 등 사태 장기화 가능성

산케이 "한국에 공장 둔 日 기업 비즈니스 어려워질 것"

대법원이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관계 등 전방위적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가운데 일본 재계에서도 양국 경제관계 악화 우려가 고조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선고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매우 유감이다.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저부터 뒤엎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이어 “국제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판결은 양국 우호관계를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에 일본 언론들은 한목소리로 한일 경제·외교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전후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판결로 보고 있어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한일 외교관계 및 경제교류에 큰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양국의 대응에 따라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양국이 새로운 불씨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제적 후폭풍이다. 당장 일본 재계 및 관련기관에서는 한일 경제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대한(對韓) 신규 투자 위축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이 한일 경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한경제협회의 고레나가 가즈오 전무도 “이번 판결은 한국에 대한 투자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도 이러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대응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 수석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투자는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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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케이신문은 “판결 당사자인 신일본제철은 한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압류가 실행돼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70여개 기업 중 스미토모화학 등 한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아 자산압류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비즈니스의 연속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질 경우 거래 및 투자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과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다가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얼어붙을 경우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까지 악화하면 동북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한일관계 악화는 북한 문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일본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판결에 대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법원의 오늘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정부는 한일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한일관계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노현섭 박우인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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