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미국서 태어나도 시민권 안 줘"

폴 라이언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 폐지 못해"

공화당 내 이례적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이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방침은 멕시코 등 불법 이민자를 많이 배출하는 주변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각지 ‘원정출산 희망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30일(현지시간)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언급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펼친 ‘반(反) 이민정책’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악시오스는 행정명령 추진이 ‘앵커 베이비’(anchor baby·정박하듯 원정출산으로 낳아 시민권을 얻은 아기)와 ‘연쇄 이민’(chain migration·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부모·형제 등 가족을 초청하는 제도를 활용해 연쇄적으로 하는 이민)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출생시민권은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미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다. 미국의 국가 구성과 운영 원리를 담은 수정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 국민의 공민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는 제1절에서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자국에 있는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법을 적용한다는 법률 원칙상 ‘속지주의’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호주나 캐나다 등과 같이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자격으로서 국적 제도를 두지 않고 시민권 제도를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민권은 실질적으로는 국적과 그 법적 성격이나 기능이 거의 동일하다. 속지주의에 따라 모든 출생자에게 일괄적으로 부여하던 출생시민권을 철폐, ‘자국 중심주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셈이다. 특히 이는 미국 시민이 아닌 타 국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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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추진이 구체화할 경우 법적 쟁점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찬반 논란과 함께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대해 대통령의 행정상 권한인 행정명령을 통해 제약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논란거리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마뜩잖아하는 분위기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켄터키 WVLK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할 수 없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정헌법에 따라 보장된 출생시민권 제도를 개정할 조치를 찾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은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조처(행정명령)가 수정헌법을 무효화할 수 없다”며 수정헌법은 의회나 각 주(州)에서 압도적 다수의 판단에 의해서만 바뀌거나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헌법을 바꾸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2/3 이상이 찬성하고 전체 주(州)의 3/4 이상이 승인하거나, 전체 주의 2/3 요구로 개헌협의회를 소집해 수정안을 만든 뒤 3/4 이상의 주가 승인해야 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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