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재계 "바짝 엎드린 상황"이라는데...靑 "美 경고 표현은 부적절" 되풀이

[청와대 인사이드] 美, 한국기업 대북 경협사업 점검

기업은 "모든 가능성 대비" 촉각

정부 내서도 "방관 아니냐" 지적

“말 그대로 바짝 엎드린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재계 관계자) “경고나 견제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미국이 국내 은행에 이어 주요 대기업에도 직접 접촉해 대북 경제협력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4대 그룹의 한 핵심관계자는 31일 “미국 재무부가 미 대사관을 통해 대외협력 부서에 연락, 콘퍼런스 콜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총수가 평양에 가게 된 계기를 비롯해 대북 관련 사업 등의 현황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주요 대기업 외에도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까지 직접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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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은 이에 따라 북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사업을 점검하는 한편 국내 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은행이 제재를 당하게 되면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엄청난 타격이 생긴다”며 “금융위원회가 낭설이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모든 가능성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미국이 주요 대기업에 접촉한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사실상 미국의 ‘경고’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경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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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모호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내부의 긴장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미국과 국내 기업들 간의 접촉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후속 동향을 점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내에서도 미국의 이례적인 국내 기업 접촉에 대해 정부가 너무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면 적어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항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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