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하강 국면 진입]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위축'...한국경제 '끝없는 수렁'

■9월 산업활동동향

산업생산, 자동차·건설 부진으로 5년반 만에 최대폭 감소

설비투자는 2.9% 증가 불구 반도체 증설 빼면 '마이너스'

전문가 "투자부진→고용감소→소비위축 악순환 가능성"




투자에 이어 근근이 버티던 생산과 소비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내리막에 들어섰다는 경고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 심리는 이미 얼어붙은데다 나빠지는 수출 여건을 보완해야 할 내수도 부진하다. “J커브(상승 국면에 들어가기 전 일시적으로 하락하는)의 초반에 와 있다”는 정부의 시각과는 반대로 우리 경제가 제대로 뛰어보기도 전에 ‘투자부진→고용감소→소비위축’의 악순환에 이미 들어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 5년 반만 최저로…투자도 반도체 빼면 마이너스=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는 생산·투자·소비 ‘트리플 부진’의 조짐이 드러난다. 우선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3% 줄어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생산이 2.5% 줄면서 1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추락한 영향이 컸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오랫동안 누적된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 문제가 작용한 결과”라며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면 주력산업 여러 개가 상호보완적으로 받쳐줘야 하는데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반도체 ‘쏠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설비투자다. 9월 설비투자는 2.9% 증가하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 4일 청주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데 따른 ‘반짝’ 효과다. 실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를 제외하면 9월 설비투자는 -8.9%로 뚝 떨어진다. 1년 전과 비교한 설비투자는 9월 19.3% 줄었는데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제외하면 감소폭이 22.5%로 더 커진다.


◇개소세 인하도 못 막은 소비 위축=9월 지표에서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소비다. 그간 3개월 연속 근근이 증가세를 유지해온 소매판매액은 9월 2.2% 줄어 지난해 12월(-2.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7월부터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판매가 12.4% 감소한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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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정부 재정으로 떠받쳐온 소비마저 위축 국면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고용창출·산업 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고용이 나빠지고 전반적인 소비도 감소하는 모습”이라며 “자영업마저 정부의 노동정책에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 일자리·소득 지원이나 개별소비세 인하는 더 큰 소비위축을 가려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9월 소비 위축에 대해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대규모 할인행사를 기다리는 대기수요 등의 요인이 해소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단기적으로 반등하더라도 구조적·장기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하 교수는 “소비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해외소비는 늘지만 내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비하면 많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령화로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젊은 인구 감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금은 J커브 초반”이라지만…=정부는 현재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데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표 부진에 대해 “조업일수 단축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선행지표만 갖고 경기 침체를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30일에도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J커브의 초반에 와 있다”며 “(상승 국면으로 가기 위해)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시각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하 교수는 “더 좋은 상황으로 옮겨가려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은 파괴도 혁신도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수사학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정책을 유연하게 수정해나가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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