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찾아가는 서민금융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죽기 전에 빚은 꼭 해결하자.”

93세 어머니의 말에 70대 딸이 어느 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1,280만원의 빚을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그는 과거 사업에 실패한 경험에서부터 빚더미에 오르게 된 과정을 어렵사리 털어놓았다. 신용조회 결과 2,800만원의 빚이 더 있었다. 그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궜다.

필자가 취임 첫날 서울 관악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만난 한 고객 얘기다. 기존 대출이 많아 상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오랜 기간 대출금을 연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었다. 긴 상담 끝에 다행히 공적채무조정지원제도를 연계하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원의 파산제도를 안내해드릴 수 있었다. 그는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잠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무료로 도와드릴 테니 힘내시라”고 말씀드리니 고마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책상머리에서는 알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가 현장에 있다. 센터를 가지 않고 취임식을 했더라면 영영 듣지 못했을 얘기다. 정부는 앞서 서민금융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와 현장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책상에 앉아 실적의 많고 적음에 연연하는 서민금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금융이 서민·취약계층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할 때 진정한 포용 금융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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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찾아가는 서민금융’을 모토로 현장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 44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169개 미소금융지점 등 서민금융 채널이 형성돼 있다. 특히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지난 2014년 부천 센터 개소 이후 상담을 위해 70만명이 넘는 서민들이 다녀갔다. 서민금융통합콜센터에도 매달 8만여명이 기초상담을 받기 위해 전화를 건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가 약 928만명이고 소득 2분위 이하가 300만여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서민금융 지원 채널을 직접 찾아오는 서민보다 그렇지 못한 서민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서민·취약계층을 적극 발굴해 직접 찾아가 도움을 드릴 계획이다. 단순히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도움을 드림으로써 금융 소외계층에 기회를 제공해 정부의 ‘포용적 금융’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다.

‘현장주의’를 대표하는 일본의 경영인 다카하라 게이이치로는 저서 ‘현장이 답이다’에서 ‘현장에는 신(神)이 머물고 있다’고 기술했다. 소비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경험과 그에 따른 의견이 곧 신과 같다는 의미다. 서민금융 수요자의 목소리 역시 더 나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만들기 위한 신과 같은 존재다. 고객의 칭찬이든, 불편사항이든 현장에 가까이 있을 때만이 들을 수 있다. 앞으로 서민금융은 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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