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 교체를 위한 후임 인사검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기 경제팀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경제부총리와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으로 소득주도 성장 등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를 이끌었으나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교체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 구도가 수차례 노출된 것은 경제팀 운용의 치명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차기 경제팀 구성에서 경제 투톱을 어떤 인물과 역할로 안배할지 정치권과 관가의 이목이 집중된다.
1일 정치권과 청와대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교체 시점은 올해 국회 예산안 종합정책질의(11월5~6일)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체가 굳혀졌다면 김 부총리가 국회를 상대로 예산안을 설명하는 종합정책질의 직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총리 인사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김 부총리 교체가 예산안 통과 이후인 12월 말이나 내년 초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보다 훨씬 빨리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임 경제부총리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실제 청와대는 홍 실장에 대한 인사검증도 이미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실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경제기획원을 거쳐 기재부 대변인·정책조정국장,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등을 지냈다. 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홍 실장은 이 정부 들어 중용된 ‘늘공(직업 공무원)’ 중 한 명이다. 정책 기획 및 조정 능력이 뛰어나고 영국 유학파로 국제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도 춘천 출신이라 지역색이 덜하고 임종석 비서실장과는 한양대 동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절대적 신임도 받고 있다.
관가에서는 그러나 ‘홍 부총리’ 카드가 경제 쇄신을 노리기에는 다소 평이한 인사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홍 실장은 행시 기수로도 윤종원 경제수석(행시 27회)보다 후배다. 이에 따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묵직한 관료들이 등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때 부총리 지명을 받기는 했으나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닌 이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윤 수석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물망에 오른다. 다만 은 행장은 차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차기 후보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부총리 교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정책실장 교체 시점 및 차기 후보군이다. 경제정책 설계 및 집행에 있어 ‘부총리-정책실장’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 교체 직후 장 실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정책실장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유력한 가운데 대선캠프 출신 ‘진보 경제학자’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누가 정책실장이 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부총리와의 호흡”이라며 “투톱이 다시 갈등 구도로 짜여질 경우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