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이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자산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 인가권을 갖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본 동원이 가능한 은행이 인수하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부동산신탁사가 없는 우리은행(000030)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제자산신탁은 대주주 지분 89.86%에 대한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내 3곳의 부동산신탁사를 인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중소형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도 여럿이다.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부동산신탁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고 있다. 부동산신탁사 대형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가권을 갖고 있는 중소형사의 몸값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위해 잠재적인 인수 후보를 파악 중”이라며 “연내 부동산신탁사의 추가 인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인가를 받지 못한 후보는 기존 중견 신탁사 인수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자산신탁은 창업주인 유재은 대표를 비롯해 자사주, 2세 유재영 상무 지분 등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우리은행(6.54%)과 소액주주(3.60%)가 들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국제자산신탁은 지난 5년 평균 시장점유율이 6.1%로 국내 11개 신탁사 중 8위다. 부동산신탁 업계는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KB부동산신탁 등 대형 4개사와 대한토지신탁·하나자산신탁 등 중견사가 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이 지분 60%를 1,930억원에 인수한 아시아신탁, 진원이앤씨가 1,100억원에 지분 절반을 인수한 생보부동산신탁을 비롯해 국제자산신탁· 코리아신탁·무궁화신탁은 비교적 작은 자본 규모로 개인이 최대주주다.
부동산신탁 업계에서는 이들 개인 소유 부동산신탁사는 앞으로 대형 금융기관이나 부동산개발회사에 인수합병(M&A)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말 부동산신탁사 최대 3곳에 신규 인가를 내주면서 그렇지 않아도 자본 경쟁이 치열했던 부동산신탁사는 대형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중소형 신탁사의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자산신탁은 부동산 취득과 처분 과정을 대신하는 대리사무와 부동산 개발 전 과정을 위탁하되 사업비는 조달하지 않는 관리형 토지신탁이 주요 사업이다. 최근 부동산신탁 업계에 신규 먹거리로 주목받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미비한 편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위탁자 대신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까지 주선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사가 주로 한다. 은행이 인수한다면 은행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중견 건설사의 책임준공을 보증하는 책임준공신탁 사업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자산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인가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관련 사업을 키우지는 않았다”면서 “대형 은행이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한다면 대규모 자본과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그동안 미진했던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