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의 국제결혼은 한국 고대사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꼽힌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수로왕은 AD 48년 인도 아유타왕국의 공주를 왕비로 맞았다고 한다. 하늘의 명을 받아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자 왕이 예를 갖춰 맞았다고 삼국유사는 기술하고 있다. 아유타국은 인도 북부 뉴델리 지방의 고대 왕국 아요디아를 말한다. BC 6~5세기에 불교사원이 100여개 있을 정도로 불교가 번창했다가 AD 1세기 멸망했는데 지금도 인구 6만명의 소도시에는 고대 사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문중에 대한 관심이 유달랐던 JP는 1999년 국무총리 시절 김수로왕 춘향대제를 앞두고 아유타 왕실의 후손 내외를 초청한 적도 있다. 김해시와 아요디아가 자매도시로 결연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다.
허황옥의 한반도 도래설은 정설이 아니다. 삼국유사가 승려가 쓴 야사(野史)인데다 신화와 설화적 색채가 강해 기술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학계는 편찬 시기가 불교의 전성기인 만큼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로왕과 허왕후 설화를 불교식으로 윤색했다고 해석한다. 다만 수로왕릉 입구에는 아유타왕국에 흔한 물고기 문양(雙漁紋)이 새겨져 있고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파사석탑의 석재가 한반도에서 보기 어려운 재질인 점에 비춰보면 당시 가야 또는 후대에 이르러 인도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인도를 방문 중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수로왕 부인의 고향인 아요디아에서 거행된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허왕후의 출생 비밀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지만 2,000년 전의 인연이 양국의 정서적 유대감을 다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것이 설화든 역사든 말이다. 기념공원이 두 나라의 교류와 협력을 굳건히 할 가교가 되길 바란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