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함에 따라 관련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연장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안 좋은데 손 놓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과정에서 정의당과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했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도 소수 의견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관련 법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노위, 이달 심사 진행=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입법에 해당한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을 때는 장시간 근무하고 일이 적을 때는 주당 52시간보다 짧게 일해 ‘1주 평균 52시간 근로’를 맞추는 제도다. 현행 법률은 기업이 노사 합의 아래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를 단위기간으로 해 탄력근로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기업들은 업종별 특성과 경기 상황을 감안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여야는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부칙 제3조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말까지 탄력근로제 개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바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처리하기로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노위 관계자는 “오는 22일 소위에서 비쟁점 법안 심사가 진행될 듯하고 23일과 27일에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6개월 또는 1년 연장 가능성=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상 하루 이틀인 (노동) 법안 소위를 이번에는 3일로 넉넉하게 잡았다”며 “최대한 여야 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 이왕이면 이번에 꼭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취지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연장 기간에 대해서도 “6개월이든 1년이든 충분히 조정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1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최근 단위기간 1년 연장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에 정의당은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노동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단위기간 연장 문제만 합의된다면 법안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소위의 경우 ‘전원 합의’가 관례이기는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등의 전례를 살펴보면 소수 의원의 강한 반대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 이달 기업 실태조사=탄력근로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이달 중으로 기업들의 탄력근로제 운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종별 근로시간 특성, 일본 등의 탄력근로제를 검토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정부가 정하기보다는 노사 합의를 거쳐 국회의 법 개정 작업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노동계는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확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6일 성명을 내고 “여야정의 탄력근로제 확대합의는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를 위해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결론을 내려놓고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노동법 개악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정연·송주희·이종혁 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