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호주의 철광석부터 한국의 자동차, 태국의 해변 휴양지까지 중국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전염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한 경고음이 아시아권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대 해외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판매 부진으로 현대자동차의 올 3·4분기 이익이 급감하는 등의 기업 실적 부진으로 한국의 지난 9월 수출은 2년 만의 최대인 8% 감소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외부 리스크 증가로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만 정부는 중국에 대한 첨단 전자제품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기 때문에 역내 무역량 감소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FT는 전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관광업 등 서비스 분야에도 무역전쟁의 시련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태국은 올 9월 중국 관광객 수가 15%가량 줄어들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 수출 등 중국과 가장 밀접한 교역을 하는 호주도 비상이 걸렸다. 호주는 지난해에 1,000억호주달러(약 80조8,000억원) 규모의 전체 수출상품 가운데 3분의1이 조금 넘는 분량을 중국에 팔았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의 사울 엘레이크 연구원은 “수출의 상당 분량을 중국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일본·한국·대만에 파는 물건의 가격을 결정할 때 중국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호주는 중국 경제성장의 실질적 둔화에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계은행(WB)도 무역 마찰의 영향이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WB는 최근 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들의 GDP 총합계는 2년 뒤 0.5% 줄어드는 등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10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향으로 돌아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