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서울 모처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사업 관련 중장기 협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 CEO를 만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올 2월 석방된 후 줄곧 해외에서 인적 네트워크 복원을 이어온 이 부회장이 더욱 공개적이고 과감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과 나델라 CEO는 AI와 관련된 두 회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드웨어 기반으로 성장해온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 중심인 MS가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략을 구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가전·모바일·반도체·디스플레이라는 세트·부품사로서 강점이 있고 MS는 PC 운영체제의 절대 강자다. 최근 이 부회장은 글로벌 AI 연구 거점을 확대하며 1,000명이 넘는 AI 인재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양사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델라 CEO는 최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6월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를 75억달러(약 8조5,6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50% 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에 MS가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에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탑재하는 대신 삼성전자는 MS의 데이터센터에 서버용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를 하나 구축할 때마다 1,000만~2,000만GB라는 막대한 규모의 서버용 D램이 필요하다. 더구나 서버용 D램은 같은 용량의 PC용 D램보다 20~30% 높은 가격에 거래돼 수익성도 높다. 삼성과 MS 양쪽에 ‘윈윈’인 거래가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에 휘말리기 전인 2017년 이전부터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밋, 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과 활발한 인적교류를 이어왔다. 석방 이후인 올 5월에는 왕추안푸 BYD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등과 신성장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당분간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끊어졌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에도 베트남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재점검했다. 북미·유럽·중국·일본·인도 방문에 이은 7번째 해외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