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옷도 씻어 입는다"…발상 전환으로 필수가전 안착

저항감 컸던 스타일러…인기폭발

건조기·무선청소기도 판매 급증

LG 스타일러 미러LG 스타일러 미러




삼성 건조기 그랑데삼성 건조기 그랑데


‘옷을 씻어 입는다?’

지난 2011년 LG 스타일러 첫 출시 때만 해도 소비자들은 이 개념에 낯설었다. 빨래를 하거나 세탁소에 맡기지 않는 이상 매일 입는 옷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일러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 올들어 월 2만대가 팔리는 현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시대 변화와 맞물린 소비자 요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다면 LG의 성공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없던 시장을 새롭게 창출한 대표 가전이 스타일러”라며 “한 대 가격이 200만원이 넘을 만큼 고가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 뚝심 있게 새 시장을 열어나갔다”고 평가했다.


건조기도 더 편리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와 가전 업체의 혁신이 맞물리며 전에 없던 시장이 창출된 분야다. 건조기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었다. 2016년 연간 판매량은 10만대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가전업체들은 미세먼지와 발코니 확장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건조기 문화가 발달할 것으로 봤다. 이어 전기료 부담과 옷감 손상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해 ‘히트펌프’ 방식을 개발, 한국 소비자 취향을 저격했다. 국내 건조기 시장은 올해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되며 연간 150만대 규모인 세탁기 시장에 근접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청소에선 ‘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영국 기술 기업 다이슨이 선점한 무선청소기 시장에 한국 가전들이 빠르게 대응하면서 무선청소기가 놀라운 속도로 확산하는 중이다. 과거 무선청소기는 유선청소기보다 흡입력이 약하고 배터리 지속 시간이 매우 짧았다. 가전업체들의 모터·배터리 기술이 청소기 시장 판도를 바꿨다. LG전자(066570)는 자사 무선청소기 ‘코드제로A9’을 대만·호주·이스라엘에 수출 중이며 미국·러시아·일본·중국·홍콩 등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9월 독일 가전박람회에서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 가전들의 제품 개선 노력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의 체험 공모,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미국만 해도 셰프나 요리 학교 등의 조언을 구하는 삼성의 방식은 상당히 낯설다”며 “시장을 새로 창출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